낙선 통합당 중진들은…‘후일 기약·방송 출연·재충전’

입력 2020-05-14 15:43 수정 2020-05-14 16:23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달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 개표상황실에서 사퇴를 밝힌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미래통합당 정치인들의 행보가 제각각이다. 잠룡들은 다시 한번 비상하기 위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인사는 방송 출연으로 생계도 책임지고 현안에 목소리를 내려 한다. 재충전형은 낙선을 계기로 오랜만에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총선에서 낙선한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밑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총선 참패 후 사퇴한 황 전 대표는 이후에 당선자 및 낙선자 등에게 안부 전화를 돌렸다. 측근 인사들도 따로 만났다. 한 낙선자는 14일 “황 전 대표가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래통합당 서울 광진을 오세훈 후보가 지난달 14일 서울 광진 자양사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기호 2번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오 전 시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쉬려고 한다”면서도 “허심탄회하게 (중진급 인사들이) 마음을 열어놓고 이런저런 (쇄신)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이 제안한 혁신원탁회의 구성안에 대해선 “당 진로를 모색하는 회의체가 만들어져 제 역할이 필요하다면 의견을 내겠다”고 답했다. 앞서 장 의원은 대선후보, 당대표, 광역단체장 등을 지낸 중량급 보수 정치인들이 모여 지혜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을에서 낙선한 김 전 비대위원장은 보수의 자생력을 키우는 활동에 매진할 방침이다. 김 전 위원장은 통화에서 “제대로 된 국가 비전과 가치를 가지고 바닥에서부터 성장해 일할 줄도 알고, 싸울 줄도 아는 인재들을 길러내는 작업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등을 위한 과거사법 처리를 요구하며 지난 5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공 농성을 하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씨(오른쪽)가 7일 농성을 풀고 지상으로 내려온 뒤 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에 불출마했던 김무성 유승민 의원은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구상 중이다.

김 의원은 최근 김성태 강석호 김학용 의원과 함께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공동사무실을 얻었다. 보수의 미래와 재건을 위한 활동을 하겠다는 취지다. 김 의원 측은 마포 사무실을 “보수 정치인들 쉼터이자 보수 정당의 새로운 정치적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현안을 놓고 보수 정치인들이 모여 세미나와 토론회 등도 개최할 방침이다. 김 의원은 최근 보수 유튜버와의 전쟁을 선언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유 의원은 대구 지역구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나라의 미래를 개척하는 개혁의 길을 걷겠다”고 전했다. 유 의원이 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활동을 통해 생계를 꾸리기도 한다. 이들은 현안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방송 활동에 열심이다.

서울 구로을에서 낙선한 김용태 의원은 “정치를 계속 하면서 정식으로 취업을 하는 건 나와 회사 모두에 부담”이라며 “방송 활동으로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고, 현안에도 적극 발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내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불출마한 김성태 의원도 방송에 좀 더 적극 출연하겠다고 했다. 김성태 의원은 “새로운 시대정신에 걸맞은 보수 정당의 변화를 위한 몸부림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사무실을 정리한 뒤 일단 재충전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다른 중진 의원도 “몸도 마음도 추스르면서 향후 행보를 천천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