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 “이청용 왔으면 큰 힘이 됐을 텐데…”

입력 2020-05-14 15:25 수정 2020-05-14 17:02
최용수 감독이 14일 경기도 구리의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구단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FC서울 제공

“이청용은 정말 우리 팀에 왔더라면 상당히 큰 힘이 됐을 것이다.”

14일 경기도 구리의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구단 미디어데이에 얼굴을 비친 최용수(47) FC 서울 감독은 유럽 무대를 떠나 11년 만에 한국 무대에 복귀한 옛 제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청용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을 통해 K리그 복귀를 타진했다. 하지만 서울과의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시절부터 러브콜을 보냈던 울산 현대의 손을 잡았다. 이청용은 지난 3월 가진 울산 입단 기자회견에서 “복귀할 때 서울만 떠올렸을 정도지만 선수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묘한 여운을 남긴 바 있다.

K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개막이 뒤로 밀려 지난 주말에야 1라운드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이청용을 영입한 울산과 놓친 서울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울산은 상주 상무를 상대로 4대 0 대승을 거뒀고, 서울은 강원 FC에 1대 3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청용은 공격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침착하고 활발한 몸놀림으로 울산 중앙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최 감독도 옛 제자의 플레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청용은 상당히 인품이 좋고 여유도 있다. 어린 나이에 저랑 일할 때도 베테랑 선수나 할 수 있는 과감한 플레이를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축구를 즐기는 듯한 느낌이다”며 “지난 시즌 아쉽게 우승컵을 놓쳤던 울산의 약간은 경직된 분위기를 이청용이 좀 더 풀어주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상주 상무의 개막전에서 활약한 이청용(앞).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청용 유무완 상관 없이, 서울의 2020 시즌 초반 분위기는 다소 무거워 보인다. 개막전은 패배란 결과 뿐 아니라 선수들의 움직임도 둔했다. 특히 최 감독은 경기 뒤 중원을 구성한 주세종, 알리바예프 등 선수들을 지적하며 ‘중원 싸움에서 밀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격진엔 문제도 생겼다. 강원전에서 서울의 유일한 득점을 올린 박동진은 25일 상주 상무에 입대한다. 지난 시즌 초반 2달 동안 9골을 넣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외인 공격수 페시치는 부상을 입은 뒤 폼이 올라오지 않은 모습이다.

최 감독은 “박동진과 포항 스틸러스전이 끝난 뒤 한 동안 이별해야 한다”며 “지금 이 시점에 빠르고 활동량 많은 친구가 필요했는데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마음이 착잡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시즌 ‘2강’ 전북 현대, 울산과의 경쟁도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최 감독은 “아무래도 전북은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고, 울산은 정말로 화려한 스쿼드에 경기 운영능력도 좋다”며 “두 팀이 준비도 잘해 올 시즌은 전북과 울산의 2파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서울로선 다소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렇다고 올 시즌에 임하는 자세까지 내려놓은 건 아니다. 최 감독은 박주영, 아드리아노 등 베테랑 선수들과 조화를 이룰 젊은 공격진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루니 오웬 메시같은 스타들도 17~18세 때 큰 두각을 나타냈는데 팀에 상당한 희망을 가지게 하는 젊고 가능성 있는 친구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며 “승패와 상관없이 기회를 줄텐데 그 기회를 잡았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한찬희가 14일 경기도 구리의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서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FC 서울 제공

광주 FC와의 2라운드 경기엔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에서 영입한 한찬희가 투입돼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최 감독은 “미드필드 선수들이 슬로우 스타트로 시작한 시즌을 한 두 차례 경험해 본 것도 아니고, 믿고 맡기고 수차례 똑같은 경기를 투입했음에도 레벨에 맞지 않는 실수들을 많이 했다”며 “나는 선택이 빠르다. 이번 경기엔 과감하고 열심히 뛸 수 있는 선수고, 젊은 나이에도 100경기 이상 소화한 (한)찬희 선수를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광주 FC를 상대해본 한찬희는 “광주가 수비 부분에서 견고하고 짜임새 있지만 감독님 전술대로 하다보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상대가 많이 뛰어도 저희가 한 발 더 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구리=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