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갔으면 ‘아웃팅’ 각오한 것”…서울대생 글 갑론을박

입력 2020-05-14 15:04 수정 2020-05-14 15:16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글, 분주한 의료진. 연합뉴스

한 서울대생이 “이 시국에 클럽에 간 건 아웃팅을 각오한 것”이라는 글을 올려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위험을 감수한 만큼 이에 따른 책임을 지라는 것인데 네티즌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뜨겁다.

12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익명의 서울대생이 이태원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관해 쓴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 상황에 클럽에 가면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야 한다. 그리고 확진될 경우 불가피하게 동선 공개가 될 것이란 것도 분명 알았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럼에도 굳이 그곳을 가기로 결정한 건 당신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성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 한해, 동선이 공개되면 강제 아웃팅이 된다고 말들이 많다”며 “이 시국에 클럽에 간 이상 커밍아웃을 어느 정도 각오하고 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에 걸리면 동선이 공개될 것을 알고 있지 않았는가. 성적 정체성 때문에 특정 사람들만 동선을 감춰준다면 그거야말로 차별”이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공중 보건을 위해서라도 그때 클럽에 갔던 모든 사람들을 찾아내 검사를 시키고, 확진자는 빠짐없이 동선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싫었으면 가지 말았어야지. 징징거릴 거 하나 없다”며 “그나마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숨지 말고 나와서 검사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원망의 눈초리가 따가운가? 주변 사람의 질책이 무서운가? 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은 그것보다 더욱 큰 고통 속에 일하고 있다. 그깟 비난 따위 감내해라. 적어도 사람이라면, 행동에 책임을 지라”고 말했다.

이 글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서 2000개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 또 SNS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공유됐다.

13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입구. 연합뉴스

12일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일대 클럽 거리를 소독하는 방역 자원봉사자들. 연합뉴스

네티즌들은 논박을 이어가는 중이다.

글쓴이의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은 “동선 공개는 그들을 욕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감염을 막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알고도 클럽에 간 것 아닌가”, “자유는 누리고 싶고 치부는 숨기고 싶다면 존중해주기 어렵다. 타인에게 피해 줘선 안 된다” 등 의견을 남겼다.

다른 편에선 “이런 비판을 하면 더 숨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프레임을 짜는 것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이유든 아웃팅은 안 된다. 성소수자들도 검사를 독려하는 분위기인데 일부 자극적인 면을 보고 편파적으로 생각하지 말자”고 말했다.

한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3일 브리핑에서 “4월 26일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이태원 소재 클럽, 주점 등을 방문하신 분은 외출을 자제하고 관할보건소나 1339에 문의해 증상에 관계없이 진단 검사를 받을 것을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지만 아직까지 비난이 걱정돼 검사를 꺼리는 분들이 있다”며 “불필요한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익명 검사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서지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