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 무보기 배선우 “필드에 오니 살아있는 기분”

입력 2020-05-14 13:23 수정 2020-05-14 13:25
배선우가 1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42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챔피언십 1라운드 10번 홀로 들어서면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AP뉴시스

“살아있는 기분, 살아 숨을 쉬는 기분이 들었어요.”

배선우(26)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고 세계 주요 프로골프 투어 가운데 가장 먼저 재개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라운드를 보기 없이 완주하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모처럼 밟은 필드에서 “살아있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배선우는 1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6540야드)에서 열린 제42회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쳐 5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동갑내기 박지연·권다원과 함께 8조에서 오전 6시50분에 티오프한 배선우는 정오를 넘기기 전에 18개 홀을 완주하고 밝은 표정으로 미디어하우스에 들어왔다.

배선우는 “마음을 비워서인지 운이 따랐다. 그린 컨디션도 좋았다”며 “갤러리가 없어 생소했지만 함께 경기한 선수들이 1994년생 동갑내기여서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경기였지만 연습 라운드를 하는 기분도 들었다”고 말했다.

갤러리의 유무는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배선우는 이날 필드에서 낯선 적막을 체감했다고 한다. 그는 “인사하거나 좋은 샷이 나올 때 (갤러리는) 박수를 쳐 준다. 때로는 갤러리의 반응을 보면서 공을 그린에 올린 상황을 짐작하기도 한다. (샷 이후 적막으로) 반응이 없어 선수들끼리도 어색함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배선우는 2012년 11월 KLPGA에 입회해 통산 4승을 수확했고, 지난해 건너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2승을 추가했다. 2016년 제38회 KLPGA 챔피언십 우승자이기도 하다. 4년 만에 정상 탈환을 조준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LPGA)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중단된 투어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배선우는 올 시즌 첫 출전으로 KLPGA 챔피언십을 택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2주간 자가 격리하면서 한때 연습을 중단했지만, 1라운드에서 실수 없는 경기로 기분 좋게 대회를 출발했다. 배선우는 오후 1시 현재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이날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는 얕게 낀 구름 사이로 강한 볕이 내렸다. 2라운드가 열릴 15일부터 주말 동안 이곳에 비가 예보돼 있다. 배선우는 “날씨가 좋지 않을 때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알 수 없다. 더 성숙하고 유연하게 경기하면 우승도 노릴 수 있다”며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최선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양주=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