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승인 받았습니다” 중국산 짝퉁 낙태약 판매한 일당 구속

입력 2020-05-14 11:44
A씨 일당이 '미프진'을 판매한 인터넷 사이트. 대전지방경찰청 제공

중국에서 만든 낙태약을 미국산인 것처럼 속여 팔아치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약사법 위반)로 A씨(34)등 4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중국에서 제조된 ‘미프진’을 미국산인 것처럼 속여 인터넷 사이트에 홍보,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제품을 판매해 약 1억3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거둔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 제조된 경구용 낙태약인 미프진은 임신에 필요한 호르몬을 억제해 자연유산을 유도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프로게스테론을 억제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 등의 성분이 포함됐다.

미프진은 유럽·미국 등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제품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하혈과 경련, 최악의 상황에는 자궁을 들어내야 하는 등 부작용도 매우 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복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프진 조제가 금지된 국가로의 반출 역시 엄격히 금하고 있다.

동네 선후배 사이인 A씨 일당은 의사·약사 등이 아니었기에 의약품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총책인 A씨를 중심으로 대포통장 인출책, 고객 상담책, 배송책 등의 직책을 각각 맡았다.

중국에 서버를 둔 이들의 홈페이지는 검색 사이트를 통해 쉽게 접속이 가능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전화번호나 SNS아이디를 통해 상담 문의가 들어오면 제품에 대한 홍보와 복용 방법등을 상세히 알려주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보따리상으로부터 1세트 당 8만원에 사들인 이들의 가짜약은 고객들에게 38만원에 판매됐다.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알약 6알, 미소프로스톨 성분이 함유된 알약 3알 등 9알로 구성된 1개 세트는 제대로 포장도 되지 않은 채 작은 봉투에 담겨 구매자들에게 배송됐다. 복용방법 등이 적힌 종이도 함께 동봉됐다.

조악한 이들의 제품이 안전한 줄 알고 구매한 구매자는 무려 300여명에 달했다.

경찰조사결과 일부 구매자의 경우 불완전 유산이 되거나 심한 하혈을 겪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이 판매하고 남은 가짜약 1500정을 압수하는 한편 서버를 폐쇄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프진으로 알려진 이 약은 우리나라에 수입·제조가 안되고, 식약처 허가도 받지 않았기에 국내에 유통되면 안된다”며 “특히 불법 약이나 의사의 처방 없이 약을 복용할 경우 건강이 심각히 위협받을 수 있기에 각별히 조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