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정의연 이간질하는 건 日극우에 먹잇감 주는 것”

입력 2020-05-14 10:13 수정 2020-05-14 11:26
이용수 할머니(왼쪽 사진)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 연합뉴스

이용수 할머니의 측근인 최봉태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장)가 “윤미향 당선인이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든지 수요시위를 안 해야 한다는 것은 할머니의 진의를 100%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14일 KBS1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할머니께서 기자회견하겠다는 걸 미리 들었다. 저는 ‘윤미향 당선인에게 부정적인 말씀을 하시면 안 된다. 본 취지가 전달이 안 되고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는 게 좋겠다’고 말렸다”며 “할머니께서 그때는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최 변호사가 윤미향씨랑 나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하느냐’라며 역정도 내셨다”며 운을 뗐다.

이용수 할머니는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는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경향신문에 보낸 입장문에서는 “정의연의 성과를 폄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할머니의 본뜻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최 변호사는 “무엇을 전체적으로 말씀하시는가, 왜 할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시는가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할머니가 심각하게 분노하고 좌절하고 있다”면서도 “할머니는 정의연과 30년간 동지다. 할머니께서 정의연이나 윤미향 당선인에게 섭섭한 말씀을 하셨더라도 ‘좀 더 잘하라’는 취지다. ‘수요시위는 없애야 한다’ ‘정의연을 해체해야 한다’ 같은 문구로 (전체 맥락을) 해석하는 건 할머니의 의사와 반대된다”고 지적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해 1월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빈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5월 9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에서 개관 7주년을 기념해 열린 특별전시회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추모와 기억전' 개막식에서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위안부') 피해자이자 지난 1월 별세한 故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고 기리기 위해 열린 이번 전시는 다음달 8일까지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에서 열린다. 뉴시스

이 할머니가 제기한 정의연 재정 논란에 대해서는 “할머니가 정의연의 재정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지 않냐. 정의연에서 회계 부정이 있는 일을 할머니가 어떻게 아냐”며 “할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으면 정의연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근거는 뭔지를 보고 기사를 써야한다. 할머니가 말씀했다는 이유로 그걸 모두 사실인 것처럼 기사를 써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여권 일부 인사들이 “비례대표 공천 탈락에 불만을 품고 이 할머니를 부추겨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취지로 가자평화인권당 최용상씨를 비난한 사실에 대해서는 “그전에도 (기자회견을 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어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던 적이 있었다. 비례대표 떨어진 사람이 기자들을 불러 모으고 자기가 사회를 보면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씨는 할머니께서 기자회견을 하고 싶다고 하니까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사회를 봤을 것이다”라며 “최씨는 양심적으로 활동을 많이 했고, 할머니를 도와드리려고 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폄훼하거나 정쟁으로 너무 나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두둔했다. 최씨가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도왔던 건 잘못됐지만, 할머니를 돕고자 하는 의도는 순수했을 것이란 취지다.

최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어떻게 사태가 마무리되어야 하겠느냐’라는 진행자 질문에 “이 할머니와 정의연의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움직임은 일본 극우의 먹잇감밖에 더 되지 않는다”며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보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의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 변호사는 윤 당선인을 향해서도 “예방주사를 놨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할머니께서 애정을 가지고 ‘정치꾼들한테 들어가서 탐욕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서 초심을 잃을까’라고 걱정을 하시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