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극복 위해 사상 첫 조 단위 유상증자 나선 대한항공

입력 2020-05-14 05:32
대한항공이 13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안건 등을 논의한다. 그동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최대 1조원 수준의 유상증자 추진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이사회가 끝나면 구체적인 유상증자 규모, 시기 등을 공시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이사회가 열린 서울 중구 서소문 대한항공빌딩 로비의 모습. 뉴시스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1조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발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까지 합하며 2조2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사상 처음 조 단위의 유상증자에 나선 대한항공이 코로나19 경영난에서 숨통을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13일 오전 서울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국책은행을 통한 정부 자금 지원안의 실행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나선 건 2017년 450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조 단위의 유상증자는 사상 처음이다. 이날 이사회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우선 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7936만5079주이며 예상 주당 발행가격은 1만2600원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전체 발행 주식은 기존 9595만5428주에서 1억7532만507주로 증가하게 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6월8일, 최종 발행가액은 7월6일 확정 예정이다. 신주 상장은 7월29일 이뤄질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도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지분율에 따라 3000억원가량의 현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현재 대한항공의 지분을 보통주 기준 29.96%(우선주 포함 29.62%) 보유하고 있다. 다만 작년 연말 기준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는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12억원에 불과해 추가 자금을 확보하려면 유상증자나 지분 또는 부동산 담보 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추가 자금 확보 방안은 추후 별도 이사회를 열어 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상증자는 기업의 자구노력 없이는 지원도 어렵다는 정부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정부의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책이 발표된 이후 회사는 “자산 매각, 사업 재편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외에도 전 임원 임금 반납, 직원 70%가량의 휴업 등도 실시 중이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기내식, 항공정비(MRO) 사업부 매각 등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사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우기홍 사장은 사업부 매각에 대한 논의도 나왔냐는 질문에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