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수도 카불의 산부인과에서 벌어진 무장테러로 총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산모, 간호사 외에 2명의 신생아도 있었다.
미 ABC뉴스에 따르면 신원불상의 무장단체가 카불 서부의 산부인과를 습격, 출동한 경찰과 한 시간여 총격전을 벌였다. 전투가 격렬해지자 아프간 보안군은 시설에서 아이들과 어린 엄마들을 데리고 대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날 공격으로 100명이 넘는 여성과 아기들이 현장에서 대피했으며, 16명이 다쳤다.
대피한 사람들 중 신생아 21명은 카불의 아타튀르크 병원으로 이송됐다. 담당 의사인 사이드파레드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신생아 한 명이 뼈가 골절돼 인디라 간디 어린이 병원에 입원했다”며 “다른 아이 20명도 입원해 지켜보고 있는데 건강상태가 좋다”고 밝혔다.
병원 밖에서는 가족들이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인 쿠르반 알리(27)는 갓 태어난 딸 바흐타와르를 보러 왔다. 하루 전 태어난 아이의 손목밴드에는 아버지 이름이 적혀있다.
알리는 TV로 병원테러 소식을 들었다며 “당장 병원에 달려갔지만 아이와 아내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잠시 뒤 아내로부터 “공격을 피했지만 아이의 행방을 모른다”는 전화를 받았으며 뒤이어 아이의 대피 소식을 듣고 현재 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감사한다. 아내도 아이도 다치지 않았다”고 감격했다.
하지만 희생도 컸다. 국경없는이사회(Doctors Without Borders) 소속으로 피해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 메리암 노오르자다(35)의 가족은 인근 병원을 모두 뒤졌지만 그녀를 찾지 못했다.
시동생인 마흐디 자파리는 AP통신에 “검게 그을린 시신 한 구가 영안실에 남아있는데 이분이 그녀인지 DNA검사 진행 중”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어떤 테러단체도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무장조직 탈레반도 해당사건과 관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ABC뉴스는 피해 병원 지역에서의 과거 공격은 대부분 탈레반의 경쟁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이 저질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는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탈레반을 공격할 방침이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테러 발생 몇 시간 뒤 TV 연설에서 “아프간 보안군은 그동안 상호평화협정 차원의 방어태세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을 것”이며 “보안군은 탈레반 세력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라”고 명령했다.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은 거듭된 휴전 요구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민과 공공장소에 대한 공격을 늘렸다”고 분노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