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괴롭힘에 시달리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는 단체가 폭행·협박 등 의혹을 받는 주민을 검찰에 고발했다.
다수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고(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추모모임)은 13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 의혹이 제기된 50대 주민 A씨에 대해 상해 및 협박, 모욕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추모모임은 “피고발인의 악마 같은 범죄로 고인이 숨졌다”며 “경비노동자에 대한 주민의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처벌 부족과 입법적 예방책 미비로 결국 비극이 벌어지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주민은) 고인을 여러 차례 폭행하거나 모욕하고, 허위 진단서로 고인에게 누명을 씌우려 하는 등 악랄한 범죄의 고의가 명확하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형벌을 가해 일벌백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폭력 가해자를 처벌하라”, “재발방지책 마련하라” 등 구호도 외쳤다. 추모모임은 이날 저녁 강북구청 앞에서 최씨의 추모 행사를 열 계획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6년 전 주민 갑질에 극단적 선택을 한 압구정동 아파트 경비원도 산재가 인정된 바 있다”며 “고인에 대해 산재 신청을 준비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해당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고 들었는데, 현금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며 “해당 아파트에 대해 가압류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최씨는 지난달 21일 주차 문제로 주민 A씨와 다툰 뒤, A씨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하다가 이번달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씨는 숨지기 전인 지난달 말 상해와 폭행, 협박 등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앞서 수사하던 서울 강북경찰서에 고발장 접수 이후에도 최씨 관련 수사를 이어가도록 지시했다.
경찰은 조만간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A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바 있다.
한편, 자신을 해당 아파트 주민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이 11일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13일 오후 7시 40분 기준 31만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경비원을 “좋은 분”이라고 소개했다. 청원인은 최씨를 “입주민들에게 매번 잘해주시고 자기 가족인 것처럼, 자기 일인 것처럼 매번 아파트 주민분들을 위해 희생하시는 성실한 분”이며 “같이 깨끗하게 살아야한다며 아파트 안쪽 청소도 모자라 아파트 밖까지 청소하시는 정말 열심히 사시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아침마다 먼저 오셔서 ‘안녕하세유’라며 먼저 인사해주시는 비타민 같은 존재셨다”고도 했다.
청원인은 “아파트 주차장이 원래 협소하다”며 “주차를 하기 위해 주말이면 여러번 뱅뱅 돌아야하는 고충이 있다. 이중 주차로 인해 자신의 차를 밀었다고 사람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고 근무 시간마다 와서 욕하고… 그런 나쁜 사람에게 그 순진하시고 연약한 분이 매번 폭언으로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진다. 가해자분은 그런 분에게 사죄하는 마음이 1도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서 “철저히 수사해서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다”며 “사형은 아니더라도 무기징역을 원한다”고 마무리했다.
최씨의 발인식은 1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다.
피고발인 A씨는 이날 연합뉴스에 문자메시지로 “지금은 고인의 명복을 빌 뿐 다른 아무 말씀을 드릴 수 없는 점을 양해해달라”며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