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총리, 장관 이어 대변인도 감염… 대통령은 원격근무 중

입력 2020-05-13 18:28 수정 2020-05-13 22:2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코로나19를 피해 모스크바 서쪽 외곽 노보오가르요보 집무실에서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국 백악관에 이어 러시아 크렘린궁도 코로나19에 뚫렸다. 총리와 장관에 이어 대변인까지 잇달아 양성 판정을 받으며 러시아 수뇌부에 비상이 걸렸다.

CNN방송 등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뉴스통신사 리아노보스티를 인용해 크렘린궁 대변인직을 맡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보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현지 언론에 “코로나19에 감염된 게 맞다”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대면한 지는 한달이 넘었다”며 바이러스가 푸틴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을 부정했다. 푸틴은 현재 감염을 피해 모스크바 서쪽 외곽 노보오가르요보 집무실에서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국정을 지휘하고 있다.

러시아 정계 고위 인사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를 시작으로 이달 1일에는 블라디미르 야쿠셰프 건설부 장관이, 6일에는 올가 류비모바 문화부 장관이 감염 사실을 밝혔다.

앞서 미국 백악관에서도 감염자가 나와 전 직원에 마스크 착용 명령이 내려지는 등 비상이 걸렸다. 케이티 밀러 부통령 대변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그와 접촉했던 고위 인사 다수가 격리됐다. 현재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NIAID) 소장 등이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러시아의 코로나19 환자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날 러시아는 11일 연속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1만명을 기록하며 누적 감염자 수 24만명을 돌파했다. 사망자는 2200명 수준으로 낮은 편이지만 이는 심각하게 과소평가된 수치라는 지적이다.

러시아 성피터스버그의 한 병원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입원 중이던 코로나19 환자 5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