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발 빠르게 조사해 상세 공개하던 부산시가 이태원 클럽 방문자 동선 일부를 갑자기 비공개하거나 장소명을 숨긴 동선을 꺼내놓으면서 시민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부산시는 13일 이태원 클럽 방문자인 139번 확진자(27세·사하구)에 대한 역학조사를 마치고 이동 동선을 공개했다.
앞서 139번 확진자는 지난 2일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3일 부산에 돌아와 11일 확진될 때까지 부산 지역을 광범위하게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이날 공개한 동선은 의외로 단순했다.
이날 공개한 동선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4시20분 해운대를 방문하고 이후 오후5시50분까지 식당을, 오후 9시20분~10시까지 식당을 방문한 뒤 부모의 집으로 갔다. 구체적인 장소 명칭은 조사 완료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 대중교통 노선명도 표기하지 않았다.
5일에는 부모 집에서 일어나 어머니가 운전한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해 오후 10시쯤 자택으로 귀가했다고 시는 공개했다.
하지만 경남 거제시는 경남 118번 확진자가 지난 5일 오후 2시부터 6시에 부산의 한 커피숍에서 부산 139 확진자와 만났다고 공개했다. 부산시가 공개한 동선 정보의 부실을 거제시가 밝혀준 셈이다.
부산 139번 확진자의 일부 동선은 방역 사실을 지켜본 네티즌들이 SNS 등을 통해 일부 공개해 공유하고 있다. 해운대 해변에 있는 한 가족형 체험시설에는 부산시가 방역을 마쳤다는 클린존 마크가 붙었고, 프랜차이즈 커피숍 브랜드 등 구체적인 장소들이 공유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부산 139번 확진자와 경남 118번 확진자가 만난 커피숍의 경우 CCTV를 통해 접촉자를 전원 확인해 커피숍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커피숍에는 경남 118번 확진자 외 동석한 또 다른 친구 1명을 비롯해 옆 테이블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있었던 1명이 접촉자로 분류됐다.
또 해운대구의 체험시설에 대해서도 CCTV를 통해 이용자 전원을 확인했고, 해당 시설이 마스크 착용을 굉장히 엄격하게 관리해 왔기 때문에 장소명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시 관계자는 밝혔다. 아울러 부산 139번 확진자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를 계속 착용했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이런 방침과 달리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은 벌써 2차 감염이 발생한 터라 일부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커피숍, 식당, 놀이시설 등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보다 명확한 공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부산 139번과 접촉한 아버지(62·북구·부산 140번 확진자), 남자 조카(1·남구·부산 141번 확진자), 거제에서 온 친구(경남 118번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