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트럼프 검사량 자화자찬…소견 좁은 이야기”

입력 2020-05-13 18: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량에서 한국을 추월했다고 자화자찬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비판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WSJ는 ‘韓 vs 美 코로나19 검사량의 뒷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두 나라 검사량 비교는 전체의 일부분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다는 지적이다.

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의 검사 모델이 칭찬받은 이유가 대규모 검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그러한 체계를 신속히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예일대 공중보건 대학원 시첸 조교수는 양국의 코로나19 검사와 관련해 “시기(timing)가 매우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에선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직후 (미국보다) 앞서서 (대규모 검사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한 달 이상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비교하는 까닭에 대해 “한국은 미국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며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국이 일종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발병 유형, 건강보험체계, 당국의 역학 조사와 격리 권한 등 여러 가지 요소에서 한국과 다른 점이 미국의 검사능력 시기를 결정하게 됐다”며 “성공 사례인 지점까지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12일(현지시간) 현재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당 검사 규모 비교한 자료. 아워 월드 인 데이터 홈페이지 캡쳐

매체는 미국이 현재 인구당 검사 비율에서 한국을 앞질렀지만, 12개 이상의 다른 나라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전했다. 옥스퍼드 대학에 본부를 둔 비영리 과학 연구기관인 ‘아워 월드 인 데이터’ 자료에 의하면 1명의 확진자당 검사 건수에서 미국은 7건에 그치지만, 뉴질랜드는 171.8건, 대만은 154건에 이른다. 또 호주는 126.4건, 한국은 62.3건이다.

공중보건 전문의는 나라를 다시 안전하게 개방하기 위해선 일주일에 350만에서 수천만의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하루에 30만건의 검사는 일주일에 200만개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전 “미국이 빠른 시일 내 하루 500만명, 혹은 한 달에 대략 1억5000만명을 검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12일 트럼프 행정부 코로나19 검사 담당자는 상원 청문회에서 “9월까지 미국이 한 달에 4000만에서 5000만건의 검사를 진행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