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랑해.”
아파트 주민에게 지속적인 폭언·폭행을 당했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유서에 남긴 말이다. 주민의 갑질에 심적 고통을 호소했던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두 딸을 먼저 생각했던 아버지였다.
고인의 유서 중 일부는 지난 12일 YTN을 통해 공개됐다. 고인은 숨지기 전 여러 장의 유서를 남겼는데 그중 하나가 두 딸을 향한 거였다고 한다. 그는 A4용지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아 사랑해. △△아 사랑해”라고 적었다. ○○과 △△은 각각 딸들의 이름이었다.
고인은 동생에게 남긴 유서에서도 자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아직 대학생인 둘째 딸을 언급하며 “잘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민중의소리에 따르면 고인은 둘째 딸 앞으로 ‘우리 아가’라고 적힌 돈 봉투를 남겼다. 오만원, 만원, 천원짜리가 몇 장씩 담긴 흰색 봉투였다.
숨진 경비원 A씨는 갑질 주민 앞에서도 딸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는 이 아파트의 다른 주민이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려졌다. 글에 따르면 A씨는 “그만두지 않으면 파묻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갑질 주민에게 “제 새끼들과 먹고 살아야 해서 못 그만둡니다”라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더 자세한 상황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A씨의 친형을 통해 전해졌다. 친형은 A씨가 폭행 탓에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만두지 않았던 것과 관련 “동생에게 두 딸이 있다. 하나는 결혼했지만, 하나는 함께 살았다. 동생이 그 주민에게 ‘어린 딸이 있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딸하고 먹고 살아야 합니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구 소재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달 21일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이중 주차된 차량을 밀어서 옮기려다가 차주 B씨와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28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는 주차 시비 이후 B씨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고, 모욕적인 언사에 시달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심적 고통을 호소하던 A씨는 고소인 조사를 받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B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B씨는 일방적 폭행이 아닌 쌍방폭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A씨의 코뼈가 부러지도록 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