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투쟁 성과 폄훼 말라… 투명한 공개는 필요”

입력 2020-05-13 17:53 수정 2020-05-13 18:15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오후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단체를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성금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던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30여년 간 이끌어 낸 성과를 폄훼하지 말자는 것이 입장문의 전제다. 다만 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 방식이나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면담 내용 등은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할머니는 13일 경향신문사에 보낸 입장문에서 “정의연이 지난 30여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뤄온 투쟁 성과에 대한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돼야 한다”며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7일 기자회견 이후 불거진 논란에 대해 정의연 측의 적극적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간의 투쟁 성과까지 부정되면서 논의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은 우려된다는 입장도 함께 내비쳤다.

이 할머니는 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이 할머니는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라 현 시대에 맞는 사업방식과 책임 있는 집행 과정, 그리고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연이) 새로운 사업이 아닌 필요한 사업들을 집중하여 추진하고, 그 성과들을 정리해 누구나 과정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의 후원금 사용처에 대해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에서 받은 성금은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며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토로했다. 기자회견 이후엔 국세청에 공시된 정의연의 출납부 기록 곳곳에서 불성실 기재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할머니는 박근혜 정부 당시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도 공개를 요청했다. 당시 정의연 상임대표로 있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이 외교부로부터 합의 내용을 미리 전해들었다는 의혹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라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2015년 한·일 간 졸속 합의와 관련해 정부의 국민 의견 수렴과정과 그 내용, 그리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현 정의연) 관계자들의 정부 관계자 면담 시 대화 내용 등 관련 내용이 조속히 공개돼야 우리 사회의 신뢰가 회복된다”고 했다. 이어 “합의 과정 전반을 공개하고 국민들의 평가에 기반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할머니는 한·일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 교육도 신경쓰자고 당부했다. 가해국의 책임과는 별도로 어린 세대들의 역사 인식이 바르게 서야 평행선을 달리는 양국 관계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학생들 간 교류와 공동행동 등 활동이 좀 더 확대돼 인권과 평화의 가치가 널리 퍼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