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규탄, 한쪽선 지지… 찢기고 뒤엉킨 수요집회 현장

입력 2020-05-13 17:51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후원금 관련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1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수요집회와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의 사퇴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윤미향은 사퇴하라!” “역사 왜곡 세력에 맞서는 데 함께 해달라!”

상반된 목소리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를 메웠다. 28년째 이어오고 있는 ‘수요시위’ 현장에선 주최 측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한 규탄과 연대·지지가 뒤엉켰다. 1439회째 이어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였지만 목소리는 엇갈렸다.

부실회계 등 정의연 관련 논란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열린 시위에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를 의식해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채 온라인으로 생중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지자들과 취재진, 여러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몰리며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김영순 공동대표는 “윤 전 이사장, 이 할머니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상처입거나 비난받지 않고 운동을 계속하길 바란다”며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더 공고하게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대발언자로 참석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구본기 더불어시민당 최고위원 등도 정의연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 정 의원은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세력에 맞서 여러분이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1주일 간의 활동 경과를 보고하려 마이크를 잡은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정의연에선 개인적 자금 횡령이나 불법 유용은 절대 없다”며 “매년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명성을 입증하고 악의적 왜곡보도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수의 공인회계사에게 기부금 사용내역을 검증받겠다”고 덧붙였다.

보수단체들은 수요집회 장소에서 3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대한민국엄마부대, 활빈단, 자유대한호국단 등은 저마다 윤 전 이사장의 국회의원 당선인 사퇴, 정의연 해체를 요구했다.

홍정식 활빈단 대표는 수요시위 시작 전 시위장소에 들어가 윤 전 이사장 사퇴 관련 현수막을 펴보이다 경찰에게 제지됐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스피커로 ‘임을 위한 행진곡’ 반주를 틀곤 멜로디에 맞춰 “윤미향은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앞서 전국일제피해자단체장협의회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30여명은 ‘수요집회 할 이유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었다. 경찰은 이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바리케이드를 쳤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