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출마 요구 확산에…이낙연 부담안고 고심

입력 2020-05-13 18:2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에게 당대표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거듭되는 출마 권유에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출마 쪽에 좀 더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당대회까지 석 달이 남았지만, 이 위원장의 출마 결정은 당대표 선거 구도는 물론 대선 가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인사는 13일 “이 위원장에게 당대표 출마를 강하게 권유했다”며 “이 위원장 본인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 당권 후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보다는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뭉쳐 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것이 당에도, 이 위원장에게도 낫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의원들과의 모임을 자주 갖고 당내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초선 당선인들부터 지도부는 물론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홍영표 송영길 우원식 의원 등과도 만나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에도 광주 지역 당선인 6명과 만나 당권 도전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고 한다.

당대표 선거 출마자로 거론되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영표 의원, 송영길 의원, 우원식 의원 (시계방향순)

이 위원장 측 관계자는 “여기저기에서 이럴 때 당대표를 맡아 당을 통합하고 문재인정부를 뒷받침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출마하라는 요구가 많아서 이 위원장이 굉장히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6대 4 정도로 이 위원장의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조금 우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출마를 권유하는 의원들은 당내 입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 위원장이 당대표를 맡아 대선주자로의 능력을 입증하고, 스킨십을 강화해 당내 지지 기반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면모를 굳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략통 초선은 “문재인 대통령 역시 2015년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당 대표에 도전, 약한 당내 입지를 강화하고 리더십을 보여주며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다”며 “이 위원장 역시 무조건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당권대권 분리 규정 때문에 당대표 임기가 7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 대선 주자 검증이 본격화되고 야당의 정치 공세에 일찍 노출되면서 정치적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 때문에 출마를 만류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이 위원장으로선 굳이 당 대표를 맡는다고 인지도나 지지율이 더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는 것 아니냐”며 “야당 공세와 검증 시비에 일찍 휘말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당내 토론회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 출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여러 가지 의견을 듣고 있다”며 “적절한 시기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의 측근은 “아직 전당대회까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김용현 박재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