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 착취물 등을 제작·공유한 텔레그램 ‘n번방’의 시초격인 ‘갓갓’ 문형욱(24)이 평범한 건축학도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학교 학생들도 충격에 빠졌다.
문형욱과 같은 학과에 속한 한 학생은 “경찰이 신원을 공개하기 전부터 학교 내에선 암암리에 문형욱이 ‘갓갓’이라는 소문이 돌아 이미 알고 있었다”며 “같은 과에 그런 파렴치범이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소름 끼친다”고 13일 연합뉴스에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별로 언급하고 싶지도 않고 엮이고 싶지도 않다”며 불쾌함을 표했다.
문형욱은 경기도 안성시 소재 한 4년제 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학교 관계자 및 주변인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문형욱은 평소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편은 아니었다. 별도의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10월 학생 논문 발표대회에도 참여하는 등 주변으로부터 ‘착실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문형욱은 이 학교 건축학부에 다니며 졸업을 1년 앞둔 예비 취업 준비생이었는데, 얼마 전 담당 교수에게 돌연 “휴학을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구속된 지난달쯤 지도교수에게 “개인 사정으로 졸업 과정을 1년 뒤로 미루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경찰청은 문형욱의 신원을 확인하고 지난 9일 소환 조사하던 중 자백을 받아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형욱은 지난해 2월쯤 텔레그램에 1번부터 8번방까지 8개의 성착취물 대화방을 개설해 운영했다. 주로 SNS에서 본인의 신체 사진을 올리는 여성 이용자들에게 접근해 해킹 프로그램이 포함된 메시지를 보내 개인정보를 확보했다.
또 경찰을 사칭해 음란물 유포혐의로 조사를 받지 않으려면 신체사진을 요구하는 식으로 음란사진을 받아 공개하고, 또 이를 미끼로 더 높은 수위의 사진이나 영상을 요구했으며, 경우에 따라선 실제 성폭행 장면도 촬영해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