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조원 유상증자 의결…한진칼 자금마련 방식에 ‘촉각’

입력 2020-05-13 17:33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확정했다. 대한항공의 대주주이자 ‘한진가(家) 남매 경영권 다툼’이 진행 중인 한진칼이 어떻게 유상증자 참여 자금을 마련할지가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대한항공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국책은행을 통해 1조2000억원을 지원받는 안을 의결했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나서는 건 2017년 4500억원의 유상증자 이후 3년 만이며 조 단위의 유상증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상증자는 주주 우선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방식으로 하반기에 진행된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7936만5079주로 주당 예상 발행가격은 1만2600원이다. 최종 발행가액은 7월 6일 확정되고 신주 상장은 7월 29일에 이뤄질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정부 지원금 1조2000억원을 받기 위해 내놓은 자구안에 따른 것이다. 해당 자구안은 1조5000억원 규모로, 나머지는 대한항공의 송현동 용지와 인천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을 매각해 마련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이 유상증자 참여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자금 확보 방법에 따라 경영권 분쟁 중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의 한진칼 지분율이 변동될 수 있어서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로 한진칼은 지분 29.96%에 따라 약 3000억원을 마련해야한다.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제외해도 약 1500억원이 더 필요하다.

자금 마련 방법으론 유상증자나 담보 대출이 제기된다.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할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의 우호 세력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델타항공 등 한진칼의 대표적인 우호세력도 현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한진칼에선 보유 재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안을 더욱 비중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