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북경찰이 왜 이러는지 이해하기 어렵네요.”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인 ‘n번방’ 최초 개설자 문형욱(24·대화명 ‘갓갓’)씨의 범죄행적을 수사하고 있는 경북경찰청의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언론대응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경북경찰청은 문 씨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가 열린 13일 오전 기자들에게 “신상공개 결과는 별도의 브리핑 없이 종전처럼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지하겠다”고 기자실 간사를 통해 연락했다. 또 “신상공개 시 사진은 별도로 제공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현재 SNS에 나돌고 있는 사진의 사용 여부는 언론 스스로가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와 추가로 협의해 볼 계획”이라고 일방적으로 알려왔다.
이 같은 경찰의 미온적인 방침에 기자들은 잇따라 답답함과 불만을 표시했다.
신상공개를 한다면서 얼굴사진조차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은 신상공개 의미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찬찬히 짚어 보면 경찰은 이번 사건 초기부터 매사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12일 문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실도 즉각 기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때문에 출입기자들은 이날 오후 3시36분쯤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본청을 출입하는 기자들을 통해 알게 됐다.
경찰은 통상적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사건에 대해서는 즉시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브리핑을 통해 성과물을 알리는데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선지 유독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태도가 180도로 돌변했다.
이를 두고 경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본청과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신뢰성은 떨어진다.
수사는 주도하고 있지만 공식 브리핑은커녕 자료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경북경찰청은 어쩌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들이 홍보실을 통해 물어봐도 함구하고 있을 뿐이며 관련 부서는 아예 전화도 받지 않는다.
이런 연유로 경북경찰청 출입기자들은 본청 출입기자들에게 수사 상황을 거꾸로 확인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수사는 경북경찰청이 하는데 공은 본청이 가로채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경북경찰청은 본청과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면 신속하게 마무리한 뒤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언론에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
수사 결과물을 제때 가감 없이 언론에 제공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