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자신의 변호인과도 연락을 두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에 ‘소가 웃을 일’이라며 되레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오 전 시장은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고 20일 넘게 무책임한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오후 부산지방법원에서는 오 전 시장이 유튜버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 유튜버 김용호 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5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제출 서류 등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재판을 마무리하며 양측에 다음 재판 개최일을 물었는데 소송대리인은 오 전 시장과의 연락 두절 사실을 밝혔다. 그는 “원고와 연락이 잘 안 된다. 재판부가 정해 주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재판부는 추후 정하기로 하고 재판을 마쳤다. 한 차례 기일을 변경해 열린 이날 재판에서는 양측 소송대리인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용석 변호사 등 피고 측은 지난해 10월 “지방선거 때 오거돈 시장 선거캠프에서 거액의 돈거래가 있었고, 오 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들이 든 의혹은 지난달 23일 오 전 시장의 사퇴를 부른 성추문과는 다른 내용이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이러한 주장을 두고 “소가 웃을 일, 모조리 처벌하겠다”며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만들어 개인을 넘어 350만 부산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과 부산시 명예를 훼손하고 시정 신뢰를 떨어뜨려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성추문으로 사퇴 뒤 종적을 감춘 오 전 시장은 경남 거제도의 한 펜션에 머물다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지만, 사태 수습을 회피한 채 ‘무책임한’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