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 인신매매 연관 의혹 벗었다

입력 2020-05-13 16:42

전통놀이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일본군 위안부 인신매매 상황을 묘사했다는 의혹을 벗었다. 다만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와 ‘쎄쎄쎄’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고무줄 놀이’는 일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민속학회는 최근 ‘초등 교과서 전래 놀이의 교육적 적절성 분석 정책연구’ 보고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학계 일각에선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일본 놀이노래 ‘하나이치몬메’와 유사하며 ‘꽃 찾으러 왔단다’라는 가사에서 ‘꽃’이 위안부를 가리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제가 의도적으로 식민지 조선 아이들에게 노래를 유포했고 이후 전통놀이처럼 여겨졌다는 주장이었다. 정부는 이 주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정책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일본군 위안부 연관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두 놀이가 비슷하지만 노래 선율이나 가사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두 놀이 모두 가위바위보 해서 상대 놀이패에서 한 명을 데려가는 방식이라는 점은 비슷하다. 그러나 ‘하나이치몬메’는 지명한 아이에게 특정 걸음걸이를 요구하거나 누굴 내줄지 상담하는 부분이 있는 등 다른 부분이 많았다.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충주 지역 ‘남대문놀이’나 광주 지역 ‘벌장수놀이’ 등 일제강점기 전부터 이어진 놀이들과 유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연구진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고무줄놀이, ‘쎄쎄쎄’, 사방치기(돌차기), 비사치기(비석치기), 끝말잇기, 연날리기, 구슬치기 등의 유래도 조사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일본 놀이노래 ‘키쓰네상(여우씨)’과 놀이 형태와 노래 운율·리듬이 유사했다. 연구진은 “‘여우야 여우야’는 일본에서 전래했을 가능이 있으며 우리 전통 놀이인 ‘닭잡기놀이’와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쎄쎄쎄’는 일본에서 손뼉치기 놀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 ‘아오야마 둑에서’와 공통점이 많았다. ‘아오야마 둑에서’는 ‘셋셋세’로 시작한다. 연구진은 ‘쎄쎄쎄’를 ‘손뼉치기’ 등으로 고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고무줄놀이’도 일제강점기 학교에서 일본식 노래가 도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역시 일본 동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봤다. 연구진은 “문제성이 드러난 노래놀이는 우리 민요나 창작동요를 보급할 필요가 있다”며 “교과서에 수록된 놀이의 전수조사 및 연구가 필요하며 교과서 편찬 작업에 민속학자·음악학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