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가 ‘n차 감염’을 일으키며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10대 학생에 1세 영아까지 확진되는 등 미성년자도 코로나19 위험 가시권에 들어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3일 정오 기준 이태원 사태와 관련한 누적 확진자가 119명이라고 밝혔다. 클럽을 직접 방문한 사람이 76명, 이들과 접촉해 감염된 사람이 43명이다.
19세 이하의 미성년 확진자는 11명으로 대부분 클럽 방문자와 접촉해 감염됐다. 인천 102번 확진자인 보습학원 강사 A씨(25)는 초발환자로 지목된 용인 66번 확진자가 갔던 이태원 킹클럽에 지난 2~3일 방문했다. A씨와 접촉해 감염된 사람은 동료 강사 1명과 학생 7명, 학부모 1명 등 모두 9명이다.
학원 강사뿐 아니라 과외교사로도 활동한 A씨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이란성 쌍둥이 남매(13)와 이들의 모친(46)을 한꺼번에 감염시켰다. 남매의 또 다른 과외교사(34)가 이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3차 감염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해당 과외교사의 동선이 A씨와 겹치지 않고 쌍둥이 남매를 통해 감염된 것이라면 3차 감염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역학조사에서 자신이 학원 강사라는 점을 숨기고 무직이라고 했다가 GPS 추적을 통해 강사라는 점이 밝혀졌다. 인천시는 A씨를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부산에서는 1세 영아가 이태원 클럽 방문자로 인해 감염되는 사례가 나왔다. 부산시는 용인 66번 확진자가 갔던 한 클럽을 지난 2일 방문한 부산 139번 확진자(27)로 인해 아버지(62)와 조카(1)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부산 139번 확진자는 클럽을 다녀온 다음 날인 지난 3일부터 확진된 11일까지 8일 동안 무증상 상태로 자택과 직장, 부모 집, 해운대 관광시설 등을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방역 당국은 이미 지역사회에 널리 퍼져 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클럽, 주점 등 밀접 접촉이 이뤄지는 환경을 통해 대량으로 환자를 발생시켰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차 감염자인 클럽 방문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 격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 본부장은 “1차로 감염된 클럽 확진자를 빨리 찾아 이들로 인한 2, 3차 감염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클럽 방문자의 자진 검사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전화번호만 밝히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서울시의 ‘익명검사’를 이날 전국으로 확대 시행했다. 확진자의 동선도 이전 확진자와 같은 장소일 경우 해당 상호명을 공개하지 않는 등 신상이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정 본부장은 “이태원 사태와 관련해 현재까지 총 2만2000여건의 검사가 이뤄졌지만 아직도 비난이 걱정돼 검사를 꺼리는 분들이 있다”며 “개인과 공동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면서 방역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