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청남대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 검토

입력 2020-05-13 16:24 수정 2020-05-13 17:33

충북도가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동상 철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는 13일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 내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동상을 철거하고, 이들의 이름을 딴 대통령 길을 폐지하라”고 충북도에 촉구했다.

충북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이날 도청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인 이들의 동상과 길을 두는 것은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위원회는 “1980년 5월 전두환·노태우 신군부는 민주화를 요구하며 계엄령을 철폐하라고 외치는 광주시민들에게 탱크와 헬리콥터, 총칼로 수백 명을 죽인 군사 반란자”라며 “전두환은 아직도 국민을 폭도로 몰아 죽인 발포명령 책임에 대해 발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충북도는 청남대에 있는 군사 반란, 시민 학살의 죄인 전두환·노태우 동상의 철거, 이들의 이름을 딴 길 폐지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 민중항쟁 40주년을 맞아 5월 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역사의 진실을 바로세우고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며 “청남대를 혁신·보완해 진정한 국민 관광지와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자”고 강조했다.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 동상. 청남대 동상

이에 이시종 지사는 이날 오후 이 단체와 면담을 갖고 “오는 5월 18일까지 절차를 밟아서 철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는 1983년부터 대통령 휴양지로 이용되다가 2003년 4월 18일 충북도로 운영권이 넘어왔다. 충북도는 청남대에 2015년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설치했다. 청남대를 찾은 역대 대통령 6명의 이름을 딴 산책길도 만들었다. 전두환(1.5㎞)·노태우(2㎞)·김영삼(1㎞)·김대중(2.5㎞)·노무현(1㎞)·이명박(3.1㎞) 대통령길 등 6개 코스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