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미국 소기업 10만개 사라져… 이제 시작일뿐”

입력 2020-05-13 16:13 수정 2020-05-13 22:29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의 한 식당 앞에 마스크를 쓴 시민이 서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 등 영업 재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 보건당국은 코로나19 환자가 크게 감소하지 않으면 로스엔젤레스의 자택대피명령이 7월 말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이후 10만개 이상의 소규모 기업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하버드·일리노이·시카고대 연구진이 지난 9~11일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 전체 중소기업 가운데 최소 2%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각지의 웹사이트와 SNS에는 폐업을 알리는 발표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WP는 “전문가들은 이것이 중소기업 파산 및 폐업의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제임스 해몬드 뉴제너레이션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사업하는 사람 누구도 평생 보지 못한 수준의 파산을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7000억달러(약 857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구제금융안은 급여 보호를 위한 대출과 보조금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임대료 같은 간접비용이 많이 드는 소규모 업체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식당이나 체육관 등이 정상영업을 하려면 몇 달은 걸릴텐데 정부 지원은 약 두 달간 한시적으로 진행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들 소규모 회사 중 100만곳 이상이 실패하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지금까지 420만개의 중소기업이 긴급대출을 받았지만 이는 전체 3000만 중소기업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미국 중소기업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고용했지만 2017년에는 그 비중이 47%대로 떨어졌다. 코로나19는 그 비중을 더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규모 업체의 줄폐업은 지역사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작은 상점과 음식점이 지역의 생명줄처럼 자리잡고 있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WSJ는 “수십년간 영업해온 라스베이거스 리카도의 멕시코 레스토랑, 새크라멘토의 비바 레스토랑, 보스턴의 그레이트 스콧 음악 거리, 뉴욕 트로이의 시카렐리 이발소 등이 영원히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