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했던 n번방의 시초 ‘갓갓’의 정체가 경기도 안성에 사는 대학생 문형욱(25‧구속)씨로 밝혀졌다. 평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정말 평범했다. 범죄를 저지를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도교수 등에게는 검거 한 달 전부터 휴학 등 신상변화를 암시하기도 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3일 경찰과 법조인 등 7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문씨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 반복적”이라면서 “아동‧청소년 피해자만 10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하고, 국민의 알 권리와 동종범죄 재발 방지 및 범죄 예방 차원에서 피의자의 성명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성범죄를 이유로 신상이 공개된 것은 ‘박사’ 조주빈(25‧구속) 이후 4번째다.
문씨는 수도권의 한 대학 이공계열 4학년에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학과 지도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프로젝트나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서 면담을 할 때 만났다. 정말 평범한 학생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면서도 “문씨가 속한 팀의 졸업작품을 지도하던 한 달 전쯤 전화가 와서 ‘학교를 갑자기 쉬게 됐다. 사정이 정리되면 나중에 찾아뵙고 설명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시점은 경찰이 갓갓 추적에 모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던 시기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학교를 휴학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 관계자도 “문씨가 따로 서류를 통해 휴학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주 대면강의가 시작된 뒤 수업에 참석하지 않아 확인하려고 했다”면서 “휴학 등 신변 조치는 경찰 조사 결과가 통보되는 대로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주변 학생들도 문씨가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문씨의 대학 동기는 “1학년 때는 문씨가 학부 단체활동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튀거나 공부를 잘하는 등의 특징 없이 조용하게 생활했다”고 말했다. 전공수업을 함께 들었다는 다른 동기 역시 “대인관계가 정말 무난했다. 그런 일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졸업을 준비하고 있는 문씨의 동기들 중 일부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지난해 2월부터 텔레그램에 대화방 8개를 만들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해 배포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와 함께 아동복지법 위반, 형법상 강요와 협박 등의 혐의를 받는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9일 문씨를 소환해 조사하던 중 자백을 받아 그를 긴급 체포했고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지난 12일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문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황윤태 최지웅 기자, 안동=김재산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