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방어하기 위한 경영자금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경제활동 둔화로 매출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얼마나 현금에 목말라하는지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올해 3월 기업이 보유한 평균잔액 기준 M2(광의통화)가 819조9000억원으로 전달보다 30조4000억원 늘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13일 밝혔다. 전달 증가폭(4조3000억원)의 7배, 지난해 3월(12조5000억원)의 2.4배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으로 구성된 M1(협의통화)에 만기 2년 미만 정기 예·적금과 금융채처럼 비교적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 통화지표다. 이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건 해당 부문 유동성이 더욱 풍부해졌다는 뜻이다.
한은 금융통계팀은 “코로나19에 따른 기업의 유동성 확보 노력,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 등으로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에 자금이 크게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경영난이 가중되자 실탄 격인 현금을 적극적으로 끌어 모으며 ‘버티기 경영’에 나섰다. 3월은 배당금 지급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전월 대비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폭은 3월 18조7000억원, 지난달 27조9000억원으로 2개월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방정부와 사회보장기구를 아우르는 기타 부문의 3월 M2도 전달(1조7000억원)보다 큰 폭인 3조9000억원 늘었다. 소규모 개인사업자를 포함하는 가계·비영리단체는 1조5000억원 늘어 증가폭이 전달(10조원)보다 크게 줄었다.
보험사 증권사 연금기금 등 기타 금융기관은 지난 2월 9조5000억원 늘어난 것과 달리 3월에는 4조9000억원 감소했다. 기업 등이 현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들 금융기관에 넣어뒀던 돈을 인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월 전체 M2는 전달보다 26조2000억원 늘어난 298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과 요구불예금이 각각 15조2000억원, 12조3000억원 늘어나는 등 현금성이 강한 결제성 예금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이 추세를 직접 반영하는 M1은 전달보다 3.3%,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4.6%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016년 6월(15.9%) 이후 최대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M2는 230조1000억원(8.4%) 늘며 2015년 10월(8.8%)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M2 증가율은 지난해 9월 7.6%를 기록한 뒤 올해 1월까지 7%대를 유지하다 2월(8.2%)부터 8%대로 올라섰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