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야제와 국민대회 등 5·18민주화운동 제40주년 주요 기념행사가 취소됐으나 희생자를 추모하고 ‘광주 정신’을 되새기려는 열기는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13일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5월1일부터 현재까지 참배객이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추모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것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5·18민주묘지를 찾는 참배객 행렬이 제한적이나마 이어지고 있다.
정병석 총장 등 전남대 집행부와 재학생, 광주 남구·광산구 공직자들이 12일 참배한 데 이어 13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당선자와 송종욱 광주은행장, 이삼용 전남대병원장 등이 다녀갔다.
14일에는 김원웅 회장 등 광복회 간부와 광주시교육청, 광주YMCA, 장애인체육회 등의 단체참배가 예정돼 있다.
올해는 국가기관이 개최하는 기념특별전도 처음 열려 의미가 깊다. 국가기록원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국가기관과 5·18기념재단, 광주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공동 주최하는 5·18 제40주년 기념 특별전이 12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막을 올렸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이라는 주제의 특별전은 서울 광화문에서 제주까지 전국을 아우르려는 5·18 전국화를 위한 기획행사다. 개막식에는 이소연 국가기록원장과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조희연 서울교육감, 조광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 함세웅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이용섭 광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특별전에는 2011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당시 시민들의 일기와 성명서 등 각종 5·18기록물과 국가기록원 소장 정부기록물, 국방부 상황일지, 계엄군 군복과 군화, 진압봉 등이 서울 최초로 전시되고 있다. 주최 측은 오는 19일에는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27일에는 광주 5·18기록관에서 특별전시회를 개막한다. 광주시는 다음 달 16일까지 상무지구 5·18자유공원에서 당시 시민들이 끌려가 고초를 당한 옛 헌병대 본부와 영창, 법정, 내무반 등을 관련사진과 영상물, 증강현실(AR)로 살펴보는 특별 전시회를 연다. 방문객들은 잔혹했던 당시 수감생활과 재판 과정 등을 체험할 수 있다. 5·18의 주역인 5·18구속부상자회 회원들이 직접 해설자로 나선다.
광주 자치구들의 추모행사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 서구는 1층 로비에 ‘40년의 기억 5·18특별관’을 설치해 들불야학의 역사와 윤상원, 박관현 등 들불열사 7인의 일대기 등을 담은 자료를 방문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광주 북구와 광산구는 5·18 40주년 기념영화 ‘낙화잔향’을 구청 홈페이지에서 상영한다. 광주시교육청은 원격수업을 고려해 18일부터 27일까지 각 학교별로 40주간 기념 주간을 자율 운영하고 중고생들이 ‘사이버 기념관’을 통해 그날을 추모·기념하도록 했다.
국가보훈처는 오는 18일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주한 외교사절과 정부 주요 요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40주년 공식 기념식을 갖는다. 1997년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5·18 기념식은 해마다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개최됐다.
앞서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5·18행사위 등은 코로나19 감염확산 예방 차원에서 해마다 수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해온 전야제 등을 이례적으로 취소했다. 주요 기념행사가 열리지 않는 것은 1988년 5월17일 공안당국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5월 단체들이 자발적 전야행사를 가진 이후 30여년 만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역사는 올바로 기억되고 기록될 때 강한 힘을 갖는다”며 “5·18은 전국을 넘어 세계가 함께 계승·발전시켜야할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민주·인권·평화의 이정표”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