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샤넬이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전국 주요 백화점 앞에는 미리 제품을 구입하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이 오전 10시30분 개장하자마자 샤넬 매장 앞으로 달려가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도 벌어졌다.
13일 패션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14일부터 클래식백과 보이백 등 인기 품목 가격을 7~17% 인상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7개월 만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최대 17%까지 인상됐다.
이 때문에 전날인 12일부터 이날까지 주요 백화점 앞은 가격 인상 전 제품을 구입하려는 고객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새벽부터 50~100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며 매장 앞을 지켰다. 12일 명동 롯데 애비뉴엘에 줄을 선 한 고객은 “715만원짜리 클래식 미디엄 백이 곧 820만원으로 오른다니까 살 거면 빨리 사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백화점 앞에 모인 고객 중에는 가격 인상을 기점으로 웃돈을 얹어 되팔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는 현재 인기 제품들이 여럿 올라와 있다. 백화점 가격보다 수십만원 더 비싸지만, 판매 완료된 거래가 적지 않다. 인기 재품은 재고가 없어 몇달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 전 확보해 놓으려는 이들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구입하는 것이다. 715만원짜리 제품을 중고나라에서 750만원에 사면 현재 백화점 가격보다 35만원 더 비싸지만, 인상 후 가격인 820만원 보다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되팔기 실태는 이미 유통업계에 흔히 알려져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실제 물건을 사용하려는 고객인지 되팔려는 사람인지 알 도리는 없어 어찌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되는 ‘보복소비’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명품업체의 가격 인상 때마다 줄서기가 반복되는데, 중국인들이 샤넬 가격 인상 전 백화점 앞에 텐트를 치는 일도 있었다”면서 “코로나19 이후로는 명품을 찾는 고객들이 100% 내국인이라는 점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