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2020년 상반기 정기학술용역 심의요청사업 심의회에서 ‘남방큰돌고래 및 서식지의 문화재적 가치 조사 용역’이 적정 판정을 받아 이르면 내년 3월 관련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제주를 대표하는 해양포유류인 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는 제주도 연안에서만 서식하고 있다. 2012년 해양수산부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고,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최근 ‘보호조치가 중단될 경우 멸종위기에 처하는 동물’로 분류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제주 연안 남방큰돌고래 개체수는 2008년 124마리에서 2012년 104마리까지 감소했다 최근 120마리로 늘어났다. 주로 양식장이 많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신도리 앞바다에서 무리를 지어 모습을 드러낸다.
제주에서는 남방큰돌고래가 어구에 걸려 폐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서식지 주변에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5.56㎿급 풍력발전기 18기)까지 추진되면서 이들에 대한 보호와 연구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도 세계유산본부는 연구용역에서 남방큰돌고래의 천연기념물 지정 가치와 돌고래 서식지에 대한 문화재보호구역 지정 가능성 등을 살핀다.
문화재보호구역 지정 시 행위 제한이 이뤄지는 문제와 관련해, 해녀들의 어업 활동과 남방큰돌고래 보호가 공존할 수 있는 절충점도 모색한다.
현재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대정읍 앞바다에서는 돌고래가 해녀가 잡은 문어를 낚아채는 등 어업에 방해가 된다는 어촌계의 불만이 제기되면서 해녀들이 테왁 망사리에 돌고래 접근을 막는 음파 장치를 부착하는 기기 시범사업도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근용 자연문화재과 과장은 “남방큰돌고래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에 답을 찾기 위해 제주 앞바다 서식 현황과 문화재 지정 가치를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에서는 지난 2009년 서귀포시 성산읍 앞바다에서 먹이를 쫓다 그물에 걸려 공연장에 팔아넘겨진 돌고래가 4년만에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와 눈길을 끌었다. 이 돌고래의 이름은 ‘제돌이’다. 제돌이는 7년만인 최근 대정읍 앞바다에서 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카메라에 50여마리의 무리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