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깜깜이 코로나19 슈퍼전파’ 초비상

입력 2020-05-13 12:02
뉴시스

인천시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에 이어 홍대 주점·부산 방문자까지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20대 깜깜이 코로나19 슈퍼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인천시 102번 확진자 A씨(25)는 지난 2~3일 이태원 킹클럽을 방문했다. 모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초기 조사에서 무직으로 진술했지만,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그가 학원 강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추홀구는 A씨 진술이 실제 동선과 일치하지 않은 것을 파악하고 미추홀경찰서에 A씨 휴대전화 위치 정보 추적을 의뢰해 그가 학원 강사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A씨가 강사로 근무하는 학원에서만 5명의 고등학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A씨로부터 과외를 받는 중학생도 감염됐다.

학생 6명 외에도 A씨가 일하는 학원의 동료 교사 1명, 과외받는 중학생의 어머니 1명 등 A씨와 관련된 확진자는 현재까지 8명에 이른다. 이들 8명이 추가 감염되면서 이들이 방문한 장소를 중심으로 3차 감염을 막기 위해 검사 대상도 1000여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시는 방역 당국에 자신의 동선과 직업을 속인 A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이 와중에 인천에서는 어디서 감염이 됐는지 모르는 깜깜이 코로나19 확진자도 발생해 방역 당국이 감염 경로 추적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 서구 사회복무요원인 B씨(22)는 지난 7일 지인들과 함께 홍대 인근 주점을 방문했다. B씨는 지난 10일 인후통 증상을 느끼고 11일 서구의 한 병원 안심 진료소에서 검사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이태원에는 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4월 30일부터 5월 10일까지 휴가 중이었으며, 증세가 나타나자 지난 11일에도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아 근무지 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남동구에 거주하는 C씨(29·여)도 지난 12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C씨는 지난 8~9일 지인과 함께 KTX를 이용해 부산 광안리를 방문한 뒤 10일에는 혼자 남동구 구월3동 무인 코인노래방과 코인오락실에 간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지난 10일 기침 증상을 보인 뒤 11일 남동구 보건소에서 검체검사를 하고 양성 판정을 받아 가천대 길병원으로 이송됐다. C씨 역시 최근 서울 이태원을 방문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클럽, 홍대 주점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 이미 코로나19가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클럽이 시작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 전파가 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집단감염의 가장 큰 특징은 확진자들이 하나의 집단에 묶여 있다는 건데 현재 클럽 발 확진자들을 보면 집단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도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만연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과 인근 방문자도 전체에 대해서도 진단검사를 촉구하고 있는 이유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최악은 지역사회에 이미 많은 전파가 이뤄진 후에 늦게 발견된 상황일 것”이라며 “감염된 사람을 하루라도 빨리 발견해서 추가 전파를 막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