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식’ 지방의회 의장 후보 등록제 촉구

입력 2020-05-13 11:38 수정 2020-05-13 13:19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13일 오전 충북도의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장 선출을 위한 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홍성헌 기자

교황 선출 방식으로 의장을 뽑아온 충북도의회의 선출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장 후보등록제를 도입해 공식적인 지지 유도 활동을 하게 한 뒤 정견과 소견을 듣고 정당과 관계없이 전체 의원 무기명 투표로 다득표자를 의장으로 선출하자는 제안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13일 “폐쇄적, 비민주적인 의장단 선출을 지양하고 공개적인 선출 방식을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날 충북도의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민의 대표이자 입법기관인 수장을 선출하는 중요한 과정을 주민들은 전혀 알 수도 없고 주민의 여론은 전혀 수렴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 단체는 “비공개적으로 이뤄지는 의장 선출 과정은 의장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원칙적으로 차단한다”며 “의장 후보자 토론회 등 주민들이 선출 과정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과정도 추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민의 신뢰와 일하는 의회, 책임감 있는 의회의 역할을 회복해야한다”고 전했다.

충북도의회는 1991년 지방의회 부활 이후 지금까지 교황 선출방식을 고집해 왔다. 도의회는 별도의 후보 등록 없이 전체 의원이 후보 자격을 갖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는 교황 선출방식으로 의장을 뽑았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시·도 지방의회는 의장 1명과 부의장 2명을 무기명 투표로 선출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은 자치 조례나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충북도의회 전경. 충북도의회 제공

충북도의회 회의규칙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득표로 의장을 선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 당일 5분 이내 정견 및 소견을 발표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의장 후보자들의 정견과 소견을 청취한 뒤 투표하도록 하고 있으나 원내 다수당이 미리 단독 후보로 선출한 1명만 나와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상 다수당 독점 의장 선출 방식인 셈이다.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금품거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충북도의회 의장을 뽑는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자유한국당 박병진 도의원이 끝내 낙마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이런 교황 선출방식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매번 의장 선출 때마다 후보 등록제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후보 등록제를 도입하려면 먼저 충북도의회 회의규칙을 고쳐야 한다. 제8조 의장과 부의장 선거 관련 규정에 후보 등록제와 등록 후보를 대상으로 한 전체 의원 표결 등의 조문을 신설하면 된다.

후보자 등록제는 대세라는 의견이 강하다. 이미 전국 17개 광역의회 중 부산, 광주, 대전, 울산, 강원, 전북, 전남, 경남 등 8곳이 도입했다.

충북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 27명, 미래통합당 5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4·15 총선과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통합당이 2석을 확보해 5석으로 늘었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도의회는 오는 7월 제11대 지방의회 후반기 의장 등 원구성을 마무리하게 된다.

지방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은 의사 정리권, 질서유지권, 의회사무 처리와 지휘·감독권, 단체장과 공무원 출석요구 등 엄청난 권한을 가진다. 의장은 광역·기초단체장과 함께 대외적으로 나란히 또는 두 번째 서열로 공식 의전을 받는다. 충북도의장의 경우 직원 3명을 두고 있고 전용 사무실과 관용차를 받는다.의정비(월급)와는 별도로 업무추진비도 받는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미 많은 타 시·도의 지방의회에서 민주주주의 가장 기본인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충북 지방의회는 제 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