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같던 경비아저씨…” 하루만에 청원 20만 돌파

입력 2020-05-13 10:04 수정 2020-05-13 10:08
연합뉴스(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아파트 입주민의 폭언·폭행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은 하루 만에 20만을 돌파해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을 달성했다.

청원자는 자신을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주차 문제로 인해 4월 말부터 20일 정도 말로 설명할 수 없이 힘든 폭언을 듣고 생을 마감하셨다”고 운을 뗐다.

청원인은 경비아저씨를 정말 좋은 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민들에게 매번 잘해주시고 자기 가족인 것처럼, 자기 일인 것처럼 매번 아파트 주민분들을 위해 희생하시는 성실한 분이셨다. 같이 깨끗하게 살아야한다며 아파트 안쪽 청소도 모자라 아파트 밖까지 청소하시는 정말 열심히 사시는 분이셨다. 아침마다 먼저 오셔서 ‘안녕하세유’라며 먼저 인사해주시는 비타민 같은 존재셨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주차장이 원래 협소하다”며 “주차를 하기 위해 주말이면 여러번 뱅뱅 돌아야하는 고충이 있다. 이중 주차로 인해 자신의 차를 밀었다고 사람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고 근무 시간마다 와서 욕하고… 그런 나쁜 사람에게 그 순진하시고 연약한 분이 매번 폭언으로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진다. 가해자분은 그런 분에게 사죄하는 마음이 1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철저히 수사해서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다”며 “사형은 아니더라도 무기징역을 원한다. 입주민들을 위해 고생하신다고 응원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비아저씨들이나 하청 용역분들 보호해달라”며 “경비아저씨들도 한 가정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할아버지, 남편, 아빠다. 입주민의 갑질 없어져야 한다. 제발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엄한 형벌이 나올 수 있도록 함께 힘써달라. 부디 약자가 강자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없는 나라가 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앞서 지난 10일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50대 남성 최모씨가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21일 아파트단지 내 주차 문제로 주민 심모씨와 시비가 붙었다. 심씨는 최씨를 폭행한 뒤 관리사무소로 끌고 가 경비 일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최씨는 상해 혐의로 심씨를 고소했지만 고소인 조사를 받기 전에 숨졌다. 심씨는 “유가족 및 일부 주민의 주장은 허위다. 맞고소를 하겠다”며 가해 행위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