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착취물 등이 공유된 텔레그램 ‘n번방’의 운영자 ‘갓갓’ 문모(24·구속)씨가 1년 반 전 대구에서 발생한 여고생 성폭행 사건도 자신의 지시였던 것을 시인했다고 13일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문씨는 2018년 12월 대구에서 벌어진 여고생 성폭행 사건도 자신이 지시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SNS에서 만남 남성에게 “17세 여자를 만날 생각이 있느냐. 내 노예인데 스킨십은 다 해도 된다”고 제안했고, 이 남성이 실제로 A양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남성은 대형마트 주차장, 모텔 등에서 A양을 성폭행했다. 범행 장면은 영상으로 촬영돼 문씨에게 보내졌다.
당시 남성은 A양 가족의 고소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경찰은 지시를 내린 인물의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영상이 n번방에 가장 먼저 유통됐던 만큼 문씨일 가능성이 컸지만, 남성과 대화를 주고받은 메신저가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어 단서를 얻지 못했다.
문씨는 지난 9일 경찰에 소환돼 6시간 동안 조사를 받던 중 방대한 분량의 수사 기록을 보고 “내가 갓갓이다”라고 자백했다. 경찰은 즉시 문씨를 긴급체포했다. 범행을 줄곧 부인하던 문씨는 체포된 이후 급격한 태도 변화를 보였다고 한다. A양 사건까지 자신의 지시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문씨가 선처를 호소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 같다”고 동아일보에 밝혔다.
문씨는 긴급체포된 지 사흘 만인 1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오전 11시부터 약 30분간 실질심사를 받고 나온 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인정한다”고 답했다.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죄송하다”는 말을 두 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날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문씨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13일 오후 1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문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또 다른 성착취물 공유방의 주요 피의자인 조주빈(24), 강훈(19), 이원호(19)의 신상이 공개된 바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