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재개 계획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에서 앞서 설치됐던 ‘드라이빙 스루’ 검사 시설을 각 구단 훈련장에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안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재개안 주요내용인 중립구장 경기 개최를 두고 EPL 구단들 사이 반대의견이 상당한 데다가 선수들도 불안을 감추지 않고 있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EPL 사무국이 11일(현지시간)부터 울버햄턴 원더러스 훈련장 인근에 30초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할 수 있는 드라이빙 스루 시설을 시범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현재 1군 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이 시설은 나머지 EPL 구단 훈련장에도 다음주 중 설치될 예정이다. 18일 시행될 구단별 팀 훈련을 앞둔 조치다.
디애슬레틱은 “양성 판정이 나오면 해당 선수만 일주일 간 격리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훈련을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확진자와 접촉해서 격리되는 선수도 소수일 것”이라고 전했다. 설사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리그 재개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리그 재개안 협상은 막판 난항에 부딪힌 상태다. 이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EPL 사무국은 기존 리그 재개안 ‘프로젝트 리스타트’의 중립구장 개최 부분을 재고해달라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10일 EPL 사무국과 20개 소속 구단 사이 열린 영상회의 결과다. EPL 사무국은 정부에 건의를 시도한 뒤 18일 다시 회의를 열 예정이다.
앞서 EPL 사무국이 정부와의 함께 구단에 제시한 프로젝트 리스타트는 다음달 둘째주를 즈음해 무관중으로 리그를 재개하는 안이다. 일부 경기는 경기장 주변에 모여들 팬들을 통제하기 쉽도록 중립구장에서 개최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강등권 구단을 중심으로는 중립구장 개최 반대의견이 거세다. 이른바 홈어드벤티지를 포기해 당한 패배가 강등으로 이어질 경우 손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다. EPL에서 하부리그인 챔피언십으로 강등될 경우 각 구단에 미치는 손실은 최소 2억 파운드(약 3000억원) 이상이다. 리차드 마스터스 EPL 최고경영자는 “(반대 측을) 설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서로의 의견을 일단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PL 사무국은 중계권 구입업체에 배상해야 하는 금액이 3억5000만 파운드(약 5300억원)에 이른다고 각 구단에게 통보했다. 아예 리그 재개가 무산될 경우는 이 금액의 2배가 넘는 7억6200만 파운드(약 1조1500억원)를 물어야 한다. 금액이 워낙 천문학적이라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리그를 재개해야 한다는 압박인 셈이다.
구단의 동의를 얻더라도 감염 위험에 노출될 선수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EPL 사무국은 12일 각 선수단의 고참 선수들과 함께 영상 회의를 열 계획이다. 최근 맨체스터 시티의 간판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 등이 리그 재개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불안을 나타내는 등 선수들의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한편 15일부터 재개되는 독일 분데스리가를 비롯해 유럽 내 다른 나라에서도 리그 재개안이 가시화 되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18일부터 구단별 팀 훈련을 하도록 10일 허용했다. 같은 날 덴마크 슈퍼리그는 28일부터 재개할 계획을 발표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