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원짜리를 2300만원에…코로나 약값 뻔뻔한 바가지

입력 2020-05-13 05:10
국제 제약회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 실험중인 소포스부비르를 제조원가보다 약 3700배 비싸게 팔고 있다. 영국 일간 더 가디언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효능이 검증된 일부 약품이 제작원가에 비해 많게는 3700배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은 약 개발비용이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연구비용의 상당 부분은 국민 혈세에서 나온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지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학술지 바이러스퇴치저널은 코로나19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렘데시비르, 소포스부비르 등 9가지 약제의 가격 보고서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해당 약물들의 제조원가, 세금, 복제약 가격 등을 파악했으며 그 결과 제약사들이 고가 정책으로 폭리를 취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컨대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기대돼 임상실험 중인 항바이러스제 소포스부비르(상품명 소발디)는 이미 만성 C형간염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이 약의 14일치 가격은 미국 기준 1만8610달러(약 2300만원)이다. 하지만 제조 원가는 5달러(약 6200원)에 불과하다. 제작 원가보다 3700배 비싸게 팔리는 상황이다.

피르페니돈은 제조원가에 비해 약 310배 비싸게 팔리고 있다. 가디언 캡처

폐섬유화 치료약 피르페니돈의 28일치 제조원가는 31달러(약 3만8000원)이며 미국 환자들은 그 310배인 9606달러(약 1180만원)를 내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천문학적인 약 개발비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개발비용의 상당 부분은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즉 납세자가 부담한 것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의 선물’이라고 표현한 렘데시비르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데, 여기에 투입된 미국 정부자금은 7900만달러(약 1000억원)가 넘는다.

미국 납세자들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길리어드는 이 약에 대한 긴급 접근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후에 온갖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길리어드는 해당 약의 재고 전량을 정부에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의 저자인 제이콥 레비 박사는 “옛날부터 거대 제약회사들은 실제로는 그 약의 연구개발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음에도 부당하게 높은 약값을 청구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약값 덤터기는 간염이나 HIV와 같은 감염성 질환 약품에서 흔한 일이지만 코로나19만큼은 용납해선 안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수십만 명의 예방 가능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빈곤층의 건강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