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각 “핵무기 강화하자” 주장에…“현실성 없는 얘기”

입력 2020-05-12 18:38 수정 2020-05-22 17:28
중국이 지난해 건국 70주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선보인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와중에 중국 관영 매체의 편집장이 불을 지핀 중국의 핵무기 증강론이 계속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에 이어 중국 관영 매체도 전문가 입을 빌려 핵무기 강화 필요성을 역설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는 지적이 중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일각의 핵무기 증강론에 대해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 등이 핵탄두를 더 만들자고 주장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중국 칭화·카네기 국제정책센터의 핵 정책 프로그램 책임자인 자오퉁 연구원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된다고 해서 핵무기를 더 비축하는 것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핵 전략은 ‘지구 최후의 날’ 시나리오에 기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핵 능력도 우호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게 아니기 때문에 미국과 관계가 나빠진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건 없다”며 “새로운 국제환경에서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지만, 사실 (핵무기 강화론의) 근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강경파들은 중국의 핵 전력이 전략적 억제에 맞춰져 있고 미국은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양측 충돌 시 중국이 불리하다고 주장하지만, 중국군은 어떠한 긴장 상황이나 지역 분쟁에 대처하고 관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자오 연구원은 “중국이 전술 핵을 얘기한 적이 없지만, 중국군은 단거리 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은 어떠한 핵공격에도 보복할 것이라는 인상을 풍기지만, 실제 이는 핵 억제력에 대한 의지의 표현에 가깝다”고 말했다.

중국은 1964년 첫 핵실험을 실시한 후 핵무기로 공격받지 않는 한 결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국방백서를 통해 “비핵 국가나 비핵 지대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인정된 5개 핵보유국 중 하나이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290기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량은 각각 6185개와 6500개로 추정된다. SCMP는 미·러의 핵탄두 보유량을 각각 4000여개로 추정했다.

자오 연구원은 “중국이 핵무기 보유를 확대하려 한다면 국제적인 핵 비확산 노력을 무력화시킨다는 비난과 함께 중국의 신뢰와 국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며 “이는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도움이 안 되고,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중국 역대 지도자들의 다짐과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8일 핵무기 증강론에 “후시진 편집장의 개인적인 얘기이고, 중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으니 그에게 물어보라”면서도 “핵무기 통제에 대한 중국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고, 중국은 늘 핵무기의 ‘선제 사용 불가’ 원칙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앞서 후시진 총편집인은 지난 8일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중국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DF)-41’의 전략 탄두를 최소 100기로 늘리는 것을 포함, 단기간에 핵탄두를 1000기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후시진이 언급한 둥펑-41은 중국이 지난해 건국 70주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선보인 사거리 1만4000㎞ 미사일로, 미국 워싱턴 등 거의 모든 지구상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미국의 전략적 야심과 대중국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 더 큰 핵 무기고가 필요하다”며 “핵탄두가 평소에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점점 더 비이성적인 미국과 힘겨운 소통에 직면하고 있다. 핵탄두를 늘릴지 말지 잡담할 시간이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11일에도 익명의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핵탄두 수를 늘리는 것은 핵 억지력의 효율성을 높이는 조치”라고 주장하며 핵 증강론을 이어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