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이 잇따라 ‘게릴라 출몰’을 하면서 전국이 집단감염 공포에 휩싸였다. 숨은 확진자들이 무증상인 상태로 취약시설과 다중이용시설을 가리지 않고 활보하며 복잡한 동선을 그리고 있는 탓에 방역 당국의 추적마저 한계에 부딪혔다.
부산시는 사하구 거주 남성 A씨(27)가 지난 2일 이태원클럽을 다녀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12일 밝혔다. 다음 날 부산으로 돌아온 A씨는 11일까지 해운대 아쿠아리움·아웃백, 북구 스타벅스·만화방 등 부산 시내 여러 곳을 누빈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6~8일 직장인 CJ제일제당 부산공장에도 무증상 상태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김제에서는 지난 5일 이태원클럽과 술집, 식당을 다녀온 33세 공중보건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6~19일 대구에 코로나19 의료지원을 나갔다가 5월 3일까지 보건지소 내 관사에 격리된 뒤 격리 해제 이틀 뒤인 5일 이태원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증상 상태였던 이 보건의는 6일 김제 선별진료소와 보건지소(7·8·11일)에서 환자 30여명을 진료해 ‘보건의로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기도 부천에서는 24세 남성 백화점 음식점 직원이 지난 3일 이태원클럽을 방문한 이후 시민 30명과 접촉하고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직원은 지난 6·8일 백화점에서 11시간 넘게 근무하며 시민 22명과, 같은 날 병원과 식당, 집을 오가며 2명과 더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7일에는 은행과 카페, 우체국, 세무서, 식당, 패스트푸드점 등 7곳을 돌아다니며 6명과 접촉했다.
이태원클럽발 확진자들은 무증상 상태인 경우가 많아 다중이용시설 이용에 거리낌 없이 나서고 검진에도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안 그래도 이들 중에는 신원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성소수자들이 포함돼 있어 적극적으로 진단을 받지 않고 있었다.
이런 ‘숨은 확진자’들 탓에 방역은 난항을 겪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황금연휴 기간 이태원클럽 방문자 5500여명 중 2000여명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이 클럽 방문객들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애초 4월 24일~5월 6일 이태원클럽 방문자 5517명이 스스로 방문록에 적어낸 연락처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2405명하고만 통화가 됐다. 3112명 중 1130명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1982명의 번호는 아예 없는 번호이거나 엉뚱한 사람의 번호였다. 최소 1982명에 대한 전화추적은 불가능한 셈이다.
방역 당국은 CCTV 조사 가능성도 내비쳤지만, 주변이 어두운 데다 사람도 너무 많아 현실적으로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시는 카드 결제 내역을 통한 추적을 시도했지만, 494명의 명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기대를 모았던 ‘통신사 기지국 명단’ 역시 허점을 보였다. 서울시가 공개한 기지국 명단에 따르면 4월 24일부터 5월 6일 이태원 클럽이 문을 여는 오전 12~5시 클럽 주변에 30분 이상 머무른 이들은 1만905명이다. 하지만 이 명단에는 단순 행인 등 클럽을 방문하지 않은 이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방역에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은 클럽 방문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검진을 받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지국 명단 전원에게 빠른 시간 내 검진을 받아달라고 문자를 보냈다”며 “방역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할 테니 검사를 받아달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