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키우는 회계장부… 고액기부자 이름 잘못 기입하기도

입력 2020-05-12 17:53 수정 2020-05-12 20:38
정의기억연대 출신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수요집회 기부금과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 10일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사용처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세청은 정의연에 회계 장부를 재공시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검찰도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전 정의연 이사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

12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정의연의 불성실한 공시 정황은 회계 장부에서 여럿 발견됐다. 우선 기부자 명단이다. 국세청 홈택스에 올라온 정의연의 ‘기부자 명세서’에 따르면 ㈜마리론드가 지난해 6785만원을 정의연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 업체의 실제 명칭은 ㈜마리몬드였다. 액세서리 제품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을 정의연에 기부하던 업체인데 고액기부자임에도 이름이 잘못 표기된 것이다.

회계상 이월 금액 표기가 누락돼 다음 회기에서 적자를 발생시킨 경우도 있었다. 기부금 수입을 초과해서 사업을 진행한 것처럼 기록된 것이다. 2018년 기부금 모집 및 지출명세서에는 22억7300만원의 기부금 수익을 2019년에 이월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2019년 이월 금액은 ‘0원’이었다. 이 탓에 2019년엔 3875만원의 손실을 봤다고 공시됐다.

기부금 사용처와 실제 사용처가 다른 경우도 발견됐다. 2018년 지출 명세서엔 맥주 회사인 디오브루잉주식회사에서 3339만원이 기부금으로 결제됐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실제 맥줏집에서 사용한 금액은 421만원으로 드러났다. 정의연 측은 다른 데 쓰인 비용도 같이 기입해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국세청은 정의연에 회계 오류를 수정하고 재공시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회계 오류의 고의성 여부나 정확한 자금 사용처는 현재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익법인의 회계 감시가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반 기업처럼 엄격한 회계 기준을 따르지 않는 데다 결산보고도 매년 1회 관공서에 제출하는게 전부라는 것이다. 박일중 유명세무법인 회계사는 “공익법인은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않으면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도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른 채권을 유동화한 ABS 발행으로 2016년 이후 유학 자금을 마련했다”며 윤 전 이사장의 딸 학비 해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회계사는 “정의연의 결백을 입증하기엔 여전히 (증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시민단체 활빈당이 윤 당선인을 횡령·사기 혐의로 수사의뢰한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으로 14일 내려 보낼 예정이다. 정의연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지웅 허경구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