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부 작은 마을 노이슈트렐리츠의 고등학교 1학년생 레아 함머마이스터는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였다. 두 달만에 등교한 레아는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 설치된 진료소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2m 간격으로 선 레아와 친구들은 진단키트를 집어들었다. 면봉을 입 안 깊숙히 집어넣어 목구멍 안쪽 벽면을 긁자 구역질이 났다. 면봉을 보관용기에 담아 라벨을 붙였다. 시험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 레아는 다행히 음성 반응을 통보받았다. 학교에 가서 초록색 스티커를 받았다. 4일 후 다시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학교 안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표시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잦아들자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교문을 다시 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11일(현지시간) ‘코로나방학’이 끝난 각국에서 다양한 방역 대책을 세우는 교육 당국과 불안해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전했다.
코로나19가 더 빨리 통제된 아시아의 몇몇 국가들은 여러 가지 시도를 먼저 시작했다. 지난 2월 말 개학한 대만에선 교내 조례 활동은 하지 않도록 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호주 시드니는 학생들을 나눠 일주일에 하루씩만 등교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일본도 비슷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에선 등교 시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학생들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비말 감염을 막기 위해 교내 식당에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하기도 했다. 베이징시는 최근 개학한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스마트 체온계를 배포해 실시간으로 체온을 측정하도록 했다.
로봇과 열화상 기술도 방역에 사용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항저우의 한 유치원이 아이들이 손 씻는 것을 좋아하도록 펭귄 모양의 손 씻기 로봇을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항저우 제2고등학교 학생들은 교문 앞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고도 얼굴인식 시스템을 통과할 수 있다. 창사의 한 중학교는 적외선으로 동시에 여러 명의 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했다.
유럽도 국가에 따라 길게는 3개월 가까이 지속됐던 봉쇄령을 완화하면서 개학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의 문을 연 덴마크에선 학생들을 10여명의 작은 그룹으로 묶어 접촉을 최소화했다. 등교 시간도 그룹별로 나누고, 아이들은 두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도록 했다.
덴마크 남부 뢰굼클로스터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10살 자카리아스는 영국 텔레그래프에 “친구들과 점프하고 포옹하고 싸우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젠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4일부터 졸업반 학생들을 시작으로 순차 개학을 한 독일에선 학생 개인에 지정석을 배치하고 이동거리를 최소화했다. 복도는 일방통행을 하도록 하고 공동 구역에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했다.
NYT는 “그 가운데서도 모든 학생들이 일주일에 2번씩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실시하도록 한 노이슈트렐리츠의 사례는 눈에 띈다”고 전했다.
학교발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이유는 개학이 경제 활성화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학사일정이 재개되지 않으면 부모들도 일터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와 교육당국의 판단인 것이다.
덴마크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를 먼저 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부모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그렇게 되면 부모들은 직장에 나갈 수 없다.
노이슈트렐리츠 고등학교의 교장을 맡고 있는 헨리 테쉬는 미국 뉴욕타임즈(NYT)에 “학교는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학교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부모들은 일을 할 수 없고, 아이들은 미래를 위한 교육의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의 한 학부모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아이들을 다시 학교에 보내려니 너무 괴롭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고, 아이들은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아이들이 덜 위험한가에 대한 판단도 아직은 내릴 수 없다. NYT는 “어른보다 아이들이 심한 증상을 겪을 위험이 낮다는 증거들이 있지만, 어린이에게서도 호흡기나 심장 등에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전염력도 문제다. 아이들의 경우 무증상 감염이 많기 때문에 검사나 추적이 쉽지 않다.
독일에선 최근 어린이와 어른이 보유한 바이러스의 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전염력도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를 진행한 베를린 샤리테 병원 바이러스 연구소장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지금 상황에선 제한 없는 개학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