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약 두 달간 지속된 이동제한령이 풀린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가 11일(현지시간)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프랑스 정부의 단계적 봉쇄 완화 방침에 따라 이날부터 식당과 술집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점이 다시 문을 열었고, 사람들은 허가증 없이 집 밖에 나갈 수 있게 됐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파리의 지하철과 기차역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 인파로 붐볐다. 교사들은 학교로 복귀해 수업을 준비했다.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도 17개 지방 가운데 11곳이 봉쇄 완화 1단계 조치에 들어갔다. 상점은 물론 레스토랑과 술집이 야외 좌석에 한해 평소 수용 가능한 인원의 절반 수준에서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장례식장과 교회 등에서의 모임도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두 나라가 나란히 일상 복귀에 시동을 건 것이다.
다만 프랑스와 스페인 모두 인구 밀도가 높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지역에 대해선 엄격한 봉쇄령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파리가 속한 일드프랑스와 오드프랑스 등 4개 지방이 적색 위험지역으로 남아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일대와 바르셀로나에선 다른 지역보다 강력한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러시아도 12일부터 봉쇄 완화에 들어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꽉 막힌 경제의 숨통을 트기 위해 지난 3월 말부터 시행해온 전체 근로자 유급 휴무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9일 연속 하루 1만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해 누적 환자수가 22만명을 넘어섰다. 미국, 스페인,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반면 사망자는 2000여명으로 인구수 대비 적은 축에 속한다.
이 때문에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사망자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시의 지난달 사망자 통계 자료 등을 근거로 과소 집계 가능성을 제기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사망 사례의 70% 정도가 당국에 보고되지 않았고, 그 외 지역에선 80%까지 누락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실 산하 국가경제·행정아카데미(RANEPA) 선임연구원인 타티아나 미카일로바는 NYT에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코로나19 희생자 수가 공식 집계보다 3배 이상 많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주축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너무 이른 경제 재개는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12일 열리는 미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NYT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내가 위원회에 전달하고 싶은 주요 메시지는 너무 빨리 개방을 시도하는 것의 위험성”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낮은 수준의 자가격리에 들어간 그는 화상 연결로 위원회에 증언할 예정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