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연내 물류통합 자회사를 세워 그룹 내 모든 해운·운수 회사와의 계약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포스코는 국내 해운업 운반 물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공룡 고객’이다. 해운업계는 “몸집을 키워 운임료를 후려치려는 의도”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인터내셔널, SNNC, 포스코강판 등 계열사의 물류 업무를 통합해 직원 100명 규모의 ‘포스코GSP(가칭)’를 연내 출범한다고 12일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원료 구매·제품 제작·판매 과정에서 여러 계열사가 각자 운송 계약을 맺다보니 비효율적이었다”며 “계약 업무를 통합해 운송 노선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하나의 선박으로 이동하는 등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물동량 1억6000만t을 옮기는 데 물류비 약 3조원을 지출한 바 있다.
해운업계는 청와대, 정부 국회에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 반대’ 청원을 제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관계자는 “포스코의 물류비는 3조원으로 정해져있지 않냐”며 “포스코와 해운사 사이에 또 하나의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건데, 결국 자회사가 3조원 내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운임료를 깎는 등 통행료를 받을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포스코GPS가 향후 해운업·운수업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포스코는 ‘해운·운송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으며 비용 절감 효과를 해당 업계와 공유하겠다’고 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AI 배선시스템’을 구축해 선박이 항구에 대기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포스코의 물류비뿐만 아니라 해운회사의 원가까지 줄일 수 있는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또 “포스코 그룹에서 물류업무를 담당하던 임직원들을 한데 모아 일상적으로 하던 기존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는 것”이라며 “통행세란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자를 매개로 두고 수수료를 취하는 건데, 이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선 올해 초 CJ대한통운, 세방 등 물류회사들이 18년 간 포스코의 철강제품 운송에 단가를 담합해온 사실이 적발된 게 포스코의 물류통합 자회사 설립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물류 업무를 통합해 빅데이터를 이용한다면 물류회사의 담합과 같은 이상한 신호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경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포스코는 국내 기업들에 깃발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라며 “계약 단일화 창구를 만드는 게 운임료를 압박하는 부정적인 방향이 아닌 포스코와 운송업계 모두 원가를 절약할 수 있는 방향이라는 걸 구체적인 실행방안 등을 내놓고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