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재개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재개안 주요내용인 중립구장 경기 개최를 두고 EPL 구단들 사이 반대의견이 상당한 데다가 선수들도 불안을 감추지 않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EPL 사무국이 기존 리그 재개안 ‘프로젝트 리스타트’의 중립구장 개최 부분을 재고해달라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EPL 사무국과 20개 소속 구단 사이 열린 영상회의에서 12개 구단이 중립구장 개최에 반대의견을 표시한 결과다. EPL 사무국은 정부에 건의를 시도한 뒤 18일 다시 회의를 열 예정이다.
앞서 EPL 사무국이 정부와의 함께 구단에 제시한 프로젝트 리스타트는 다음달 둘째주를 즈음해 무관중으로 리그를 재개하는 안이다. 일부 경기는 경기장 주변에 모여들 팬들을 통제하기 쉽도록 중립구장에서 개최하게 되어 있다. 유력한 경기장소 중 하나로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경기나 컵 대회 장소로 쓰이는 런던 웸블리 경기장이 거론된다.
그러나 강등권 구단을 중심으로는 중립구장 개최 반대의견이 거세다. 이른바 홈어드벤티지를 포기해 당한 패배가 강등으로 이어질 경우 손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다. EPL에서 하부리그인 챔피언십으로 강등될 경우 각 구단에 미치는 손실은 최소 2억 파운드(약 3000억원) 이상이다. 리차드 마스터스 EPL 최고경영자는 “(반대 측을) 설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서로의 의견을 일단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PL 사무국은 해당 회의에서 리그가 재개되더라도 스카이스포츠, BT스포츠 등 중계권 구입업체에 배상해야 하는 금액이 3억5000만 파운드(약 5300억원)에 이른다고 각 구단에게 통보했다. 아예 리그 재개가 무산될 경우는 이 금액의 2배가 넘는 7억6200만 파운드(약 1조1500억원)를 물어야 한다. 리그 재개 여부에 걸린 금액이 워낙 천문학적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리그를 재개해야 한다는 압박인 셈이다.
구단의 동의를 얻더라도 감염 위험에 노출될 선수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EPL 사무국은 이튿날인 12일 EPL 각 선수단의 고참 선수들과 함께 영상 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 회의에서는 리그 재개 시 어떤 지침을 따를지를 논의한다. 최근 맨체스터 시티의 간판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 등이 리그 재개 움직임 관련해 공개적으로 불안을 나타낸 적이 있을 정도로 선수들 사이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일단 선수단에 닥친 문제는 리그 재개에 앞서 시행되어야 하는 팀 훈련이다. EPL 사무국은 이번주 중 각 구단 감독과도 함께 팀 훈련 지침을 합의하기 위해서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EPL 사무국은 모든 구단의 훈련장에 코로나19 검체 검사 시설을 설치하려 계획하고 있다. 더타임스는 EPL 사무국이 선수단 여론에도 불구하고 설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15일부터 재개되는 독일 분데스리가를 비롯해 유럽 내 다른 나라에서도 리그 재개안이 가시화 되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18일부터 구단별 팀 훈련을 하도록 10일 허용했다. 같은 날 덴마크 슈퍼리그는 28일부터 재개할 계획을 발표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