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팅 되느니…” 성소수자 혐오가 방역 방해한다

입력 2020-05-12 16:32 수정 2020-05-12 16:42
이태원 클럽에서 비롯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 감염 확진자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들을 중심으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다.

해당 클럽이 성소수자들이 주로 방문하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동성애를 강조한 보도에 자가격리와 확진은 곧 자신의 성적지향이 노출되는 ‘아웃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자들의 자발적인 검진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외신들은 한국 내 성소수자들이 혐오 등 차별을 받고 있어 신원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확진자 추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혐오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지자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12일 긴급대책본부를 출범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낙인 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성 소수자 긴급대책본부(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친구사이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성소수자들은 코로나19가 더는 확산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방역 당국과 소통하며 검진에 방해가 되는 걸림돌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최근 이태원 클럽과 업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이후 언론들의 악의적인 보도로 확인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가 하면, 방문 장소를 낙인찍는 가짜뉴스와 가십이 조장됐다”며 “자발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 두려움을 갖기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소수자들은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를 하는 과정에서 신상이 노출돼 일터의 차별과 가정폭력 등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검진과 자가격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함으로써 이태원과 강남 방문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