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실제보다 과소집계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러시아 내부에서조차 실제 사망자수가 3배 이상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시 정부가 공개한 4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자료를 인용해 당국의 통계 축소 가능성을 1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같은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체 사망자 수를 5년 평균치와 비교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정부의 공식 발표보다 72%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을 공개했다.
러시아의 코로나 19 사망자는 확진자 규모와 비교해서 눈에 띌 만큼 적다. 정부 공식 통계상 러시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2만1344명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반면 사망자는 2009명으로 세계 10위권 밖이다.
비율로 보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14명으로, 전세계 평균인 36.6명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친다.
FT에 따르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4월 총사망자 수는 지난 5년간 평균 사망자 수와 비교해 2073명 많았다. 두 도시의 공식 코로나19 사망자는 629명이다. 2073명에서 629명을 뺀 1444명의 사인 확인은 어렵지만, 상당수가 코로나19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를 러시아 전체에 대비해 보면, 코로나19 실제 사망자 수는 공식 통계보다 약 72%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러시아 전문가의 분석을 토대로 사망자가 3배 이상 많을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대통령실 산하 국가경제·행정 아카데미(RANEPA) 선임연구원인 타티아나 미카일로바는 “모스크바 사망자 수가 지난 10년간 4월 사망자 평균치보다 훨씬 많다”며 “공식집계치보다 실제 사망자가 3배 이상 많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주간 이어진 유급휴무 조치를 전격해제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1일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TV 연설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통제되고 있다”며 “12일부터 전국의 모든 경제 부문들에 대한 휴무 기간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3월 말부터 시작된 전국 휴무령으로 의료체계가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면서도 “감염증과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에서조차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