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의 아파트 경비원이 지난 10일 주민의 갑질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북경찰서는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주민 A씨를 전날 출국금지 조치했다”며 “이번 주 중으로 A씨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후 신병확보 필요성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주민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50대 최씨는 지난달 21일 주차 문제로 50대 주민 A씨와 다툰 뒤, A씨로부터 지속해서 폭언과 폭행을 당하다가 이달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씨는 숨지기 전인 지난달 말 상해와 폭행, 협박 등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해당 아파트 주민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해당 청원은 12일 오후 2시 기준 13만8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폭행 사실이 없고, 주민들이 허위나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은 가해자 처벌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과 진보정당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고(故) 최희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추모모임)은 이날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경비 노동자의 죽음은 개인의 비관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모임은 “2014년 11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의 경비 노동자가 입주민 갑질에 스스로 분신해 목숨을 끊은 지 6년이 지났다”며 “하지만 대낮에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막말과 갑질, 폭력 끝에 경비원이 또다시 숨졌다. 강남과 강북에서 6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고령의 경비노동자는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도 받지 못한 채 일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이들은 인간으로서 대우받기를 포기한 채 일한다”며 “이번 사건을 이 시대 취약계층 감정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시작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추모모임은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가해 주민의 사과, 아파트 경비노동자 관련 제도 정비 등을 요구했다. 최씨의 발인은 원래 이날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유족들은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먼저 받겠다며 발인을 14일로 미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