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공식 스포츠 경기가 중단된 프랑스에서 경마가 홀로 재개됐다.
현지 일간 르파리지앵은 에마누엘 마크롱 대통령의 승인으로 11일(현지시간)부터 수도 파리 외곽의 파리롱샹 경마장 외 일부 장소에서 경마 대회가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17일 대회가 중단된 이래 약 2개월만이다. 이날부터 열리는 대회는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각 경주마 당 조련사와 기수, 말 관리자 1명까지만 방역장비를 갖춘 채로 동행할 수 있다. 기수는 특수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말을 몬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인기종목인 프로축구 리그앙 등 모든 프로스포츠가 9월까지 중단된 상태다. 그럼에도 경마가 재개될 수 있었던 건 경마의 특성 덕이었다. 한국의 마사회에 해당하는 프랑스 경마계 최상위 단체 걀롭(Galop)의 올리비에 델로예 회장은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경마는 농림부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경마가 중단된 프랑스의 이웃 국가에서는 해당 소식에 유독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은 이날 프랑스의 주요 기수와 경주마 등을 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온라인으로 베팅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프로스포츠 중단으로 베팅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일종의 활로가 될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국내에서도 지난 2월 23일부터 약 3개월째 모든 경주가 중단된 상태다. 한국마사회는 최근 17일까지 경마시행 중단 조치를 연장했다. 약 일주일 단위로 중단 기간이 추가 연장되는 중이다.
경마가 중단된 뒤 마사회에서 여태 발생한 누적 손실은 최소 1조9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마사회의 매출은 총 7조3000억원이었다. 경마 중단이 연장될 때마다 매주 약 1500억원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마사회 측은 산업 보호를 위해 기수나 마주(馬主·말 주인), 조련사 등 산업 종사자들에게 직접 무이자 대출 등 약 2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현행 마사회법 상 직접 경마장에 가야 베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무관중 경기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로서는 적자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경마업계에서 적자가 난 건 6·25 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경마는 국가 소유 기업 PMU가 베팅을 중개한다. 프랑스 전역 약 9400개 카페와 신문 가판대 등에서 베팅이 가능하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