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계절관리제, 기상 여건 등으로 2~3월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가 예년보다 약 30%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이 대기 환경 변화에 긍정 영향을 줬다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인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약 2만2000t 줄었다고 12일 밝혔다. 2016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배출량이 약 19.5% 감소했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2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33㎍/㎥) 약 27%(8.9㎍/㎥) 줄었다.
금한승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은 교통량 감소 등 경제활동이 위축됐고 국내에서도 2~3월 고속도로 통행량이 약 10%, 항공 이용객 수가 약 90% 줄었다”면서 “이런 이유로 예년보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계절관리제는 고농도가 예상되는 시기에 평소보다 미세먼지 배출 저감을 강화하는 제도다. 환경부는 초미세먼지 감소 원인으로 차량 2부제 등 정책효과, 강수량 증가 등 기상 영향, 교통량 감소 등 코로나19 영향을 꼽았다. 중국 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대 2.8㎍/㎥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감소 폭(8.9㎍/㎥) 3분의 1은 중국 영향을 받은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했던 2월과 3월의 전국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3년 같은 기간(2017~2019년) 평균치 대비 각각 19.3%, 41.1% 감소했다. 두 달 평균으로 보면 30.2%가 줄어든 것이다. 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3년간 평균 13일이었는데 올 3월에는 하루에 불과했다. 3월에 ‘고농도’를 기록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3년간 평균 5일을 유지했던 것과 대조된다.
중국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전후로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가 극명히 달랐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1월 1~4일 중국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64㎍/㎥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한 3월에는 32㎍/㎥로 절반이 줄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베이징·텐진·허베이 지역의 농도는 1월 119㎍/㎥에서 두 달 새 45㎍/㎥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장강삼각주와 펀웨이평원에서도 농도가 각각 29㎍/㎥,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수도권 운행제한 등 28개의 계절관리제 정책 시행으로 전반기(2019년 12월~2020년 1월) 1.4㎍/㎥, 후반기(2020년 2~3월) 2.5㎍/㎥ 가량의 초미세먼지 농도 감축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동풍·강수량 증가 등 기상 영향으로 줄어든 초미세먼지 농도는 전반기 0.2㎍/㎥, 후반기 5.8㎍/㎥ 정도로 봤다. 후반기에 정책 효과 자체는 커졌으나 외부 요인도 확대되면서 미세먼지 감축에서 계절 관리제 기여율은 34%에서 18%로 하락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