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폭우’에 기업대출 두 달 연속 사상 최대 증가

입력 2020-05-12 15:31 수정 2020-05-12 15:3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경영난 확대 속에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 증가폭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은 전달의 두 배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이 전월보다 27조9000억원 늘어 해당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고 12일 밝혔다. 직전 사상 최대 증가폭인 지난 3월(18조7000억원)보다도 9조2000억원 많은 금액이다.


기업대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이 3월 8조원에서 지난달 16조6000억원으로 107.5%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사상 최대인 10조8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은 같은 기간 10조7000억원에서 11조2000억원으로 5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대출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자금난이 심해진 상황에서 정부·은행의 자금 수혈과 함께 증가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역시 적극적으로 경영자금을 확보하면서 큰 폭의 대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2, 3월 연속 사상 최대 증가를 보였던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달 4조9000억원 늘며 증가폭이 전달(9조6000억원)의 절반 아래로 줄었다.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같은 기간 6조3000억원에서 4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둔화한 영향이다. 은행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은 3월 3조원에서 지난달 2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3월 큰 폭(3조3000억원)으로 늘었던 일반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지난달 1000억원 줄며 ‘감소’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계의 소비지출 규모가 줄어들면서 마이너스통장 등을 통한 카드대금 결제 수요가 축소됐다”며 “3월 중 신용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던 개인 주식투자 관련 대출 수요도 4월에는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3월 33조1000억원 늘었던 은행 수신은 지난달 2조8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통상 4월에는 부가가치세 납부나 배당금 지급 등을 위해 기업이 돈을 인출하면서 수시입출식 예금이 감소하는데 올해는 가계예금이 늘면서 소폭 증가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지난달 정기예금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집행을 위해 자금을 빼가면서 전달보다 1조2000억원 줄었다.

지난달 자산운용사 수신은 전달보다 17조3000억원 늘었다. 은행 자금 재유입 등으로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가 증가로 전환했고, 채권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 모두 금융시장 불안 완화 등으로 감소폭이 축소됐다. 3월 말 1755포인트였던 코스피는 지난달 말 1948포인트까지 회복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