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경제 재가동, 죽음 불러올 것”… 파우치의 경고

입력 2020-05-12 14:37 수정 2020-05-12 15:02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을 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12일 열리는 미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증언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너무 이른 경제 재개는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불러올 것이다.”

미국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간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경제 재가동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19 관련 발언들을 반박해 한때 경질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는 12일 열리는 미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에 화상 연결로 참석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증언할 예정이다.

NYT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내가 위원회에 전달하고 싶은 주요 메시지는 너무 빨리 개방을 시도하는 것의 위험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다시 열자’는 가이드라인을 건너뛰면 우리는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발생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우리의 노력에 다시 불을 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백악관의 경제 정상화 가이드라인은 주 정부가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을 3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주들이 이러한 지침을 지키지 않은 채 재개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우치 소장의 의회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후 처음이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종종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설명을 내놨다. 이 때문에 쓴소리하는 참모를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석에서 파우치 소장에 대한 불평을 쏟아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우치를 해고하라’는 문구가 붙은 트위터 글을 리트윗해 경질설이 불거졌지만 백악관이 일축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토마스 프리든 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NYT에 “우리는 과학에 근거해 재가동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정치, 이념, 여론의 압박에 따라 재가동하고 있고 이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