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센터로 사용됐던 경북 영덕 삼성연수원이 58일간의 여정을 마감했다. 이 기간 동안 코로나19 경증 환자 254명이 연수원에 입소해 225명이 완치됐다. 환자들을 돕기 위해 삼성의료원 의료진, 대구시 공무원, 국군·경찰 등 180여명은 합동지원단으로 두 달 가까이 땀을 흘리며 환자들을 보살폈다.
삼성전자는 12일 공식 뉴스룸에 ‘이제 집으로 갑니다: 영덕 생활치료센터 두 달간의 기록’이란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생활치료센터로 제공된 삼성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의 ‘뒷이야기’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영상은 지난 3월 4일 첫 환자 210명이 입소하는 장면부터 4월 29일 마지막 환자 17명이 대구 동산병원으로 옮겨지는 장면까지 2개월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정철 교수(강북삼성병원)는 “첫날 오후 1시쯤 환자 210명이 탄 버스가 들어오는데 온종일 정신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정 교수는 “가족 간 간염으로 확진된 8세 어린이가 있었는데 아주 씩씩하게 치료를 받고 완쾌됐다”고 소개하며 미소 지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입소한 뒤 두 아들이 울었다는 얘길 듣고 뭉클했다”고 했다.
최경자 분당연세요양병원 간호사는 “이 기간 입소한 자녀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어머니를 되돌려 보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입소자는 치료 기간 중 어머니의 부고를 들었지만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생활치료센터 운영 종료가 결정된 뒤 한 의료진은 “아직 완치 안 된 분들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보였다.
같은 기간 동안 모두 254명의 환자가 입소했고 225명이 완치돼 완치율 88.6%를 기록했다. 29명의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후송됐다. 삼성 영덕연수원은 전국 16개 생활치료센터 중 대구 중앙교육연수원과 함께 가장 마지막까지 운영된 시설이다. 전국에서 모인 의사와 삼성의료원 의료진, 대구시·보건복지부 공무원, 환자 이송과 생활 지원을 맡은 군인, 경찰 등 180여명이 합동지원단으로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시설 부족 문제가 대두되던 지난 3월 초 경북 영덕군 칠보산에 자리 잡은 영덕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로 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선 최초로 경증·무증상 치료와 격리를 담당하는 시설을 제공한 것으로 이후 다른 기업들도 연수원을 제공하며 위기 극복에 동참했다.
삼성은 연수원 제공뿐 아니라 삼성의료원 소속 의료진과 간호사를 합동지원단 일원으로 파견했다. 이들 의료진 32명은 영덕군을 통해 명예군민으로 위촉됐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